[특별기고]방심으로 모든 것 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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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방심으로 모든 것 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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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3.0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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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규 공학박사(기술경영학)
김휘규 공학박사(기술경영학)
방심(放心肉)은 사전적 의미로는 마음을 다잡지 않고 풀어 놓는 것을 의미한다. 염려하고 긴장하던 마음을 편하게 한다는 의미이기도 한데 약간은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특히 무건가 큰일이나 건수를 다 이루기 직전에 방심하다가 피해를 받게 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실패하게 된다. 역사적으로도 이처럼 섣부른 방심으로 실패한 사례들이 많은데, 특히 전쟁사에서는 방심으로 인해 피해를 보거나 실패한 유명한 사건들이 많다. 영국본토 항공전(Battle of Britain)은 1940년 6월말부터 10월말까지 영국 상공에서 벌어진 영국공군과 독일공군의 유명한 공중전이다. 당시 독일 공군 루프트바페(Luftwaffe)의 영국본토 공격은 공군 총사령관이던 괴링이 주도하고 있었다. 영국본토 항공전은 결국 영국군의 승리로 끝나게 된다. 이 기간 동안 독일공군은 영국의 체계적인 준비와 영국공군의 끊임없는 저항으로 엄청난 피해를 받고 있었지만, 히틀러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 누구도 히틀러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고사령관인 히틀러는 4주 정도면 영국의 모든 공군력을 무력화 시킬 수 있다는 괴링의 말을 믿고 모든 권한을 일임하고 알프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1941년 12월 7일 일본군 해군함대가 하와이에 대한 공급을 단행했다. 이 공격으로 세계 최고라던 미해군은 엄청난 피해를 받게 된다. 사실 미국이 태평양함대를 하와이로 배치시킨 것은 일본에 대한 일종의 무력시위였다. 그런데 이러한 미국은 전쟁을 유발할 수 있는 무력행위에도 불구하고 그 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설마 일본이 어쩌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공습 당일 아침까지 계속됐다. 미국 구축함인 워드함이 일본군 잠수함을 격침시킨 후 당장 사령부에 보고했지만, 정작 태평양함대 사령관이었던 허즈번드 킴멜 소장은 코웃음을 치며, 제대로 확인하고 보고하라고 호통을 쳤다. 킴멜 소장은 화창한 일요일 오후 골프약속을 앞두고 있었다. 1950년 6월 25일 일요일 새벽 북한은 폭풍계획에 따라 한반도 전역으로 기습 남침을 시작했다. 이 전쟁으로 200만명이 목숨을 잃었고 한반도는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쟁의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 당시 T-34 소련제 탱크 242대, Mig-15 전투기 170여대 등으로 무장한 북한의 전력에 비해 남한은 6만의 육군병력이 사실상 전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한정부는 전쟁이 발발 직전까지 수시로 북침통일을 운운할 정도로 오만했다. 전선에서 생포한 포로들은 대규모 남침에 대한 정보를 쏟아내고 있었지만 정작 육본에서는 이러한 정보를 무시했다. 오히려 6월 10일 대규모 인사이동을 실시해 주요 지휘관을 전부 교체하고 비상경계령을 해제하고 전 장병의 절반에게 휴가를 주었다. 전후방의 고급 장교들은 6월 24일 저녁부터 25일 새벽까지 육군 장교클럽에서 미군 고문관들과 댄스파티를 열고 있었다. 위와 같은 몇 가지 전쟁사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방심은 결정적인 패배와 실패를 불러오게 된다. 특히 방심으로 인한 피해는 복귀하기 불가능할 만큼 치명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방심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약점을 노출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전쟁사에서 방심으로 인한 패전과 실패의 사례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방심의 결과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방심은 금물’이란 용어는 비단 전쟁뿐만이 아니라 인간의 생존, 생명과 연계된 모든 문제에 있어 유효한 이유이다.
그런데 이처럼 어처구니없게 방심하게 되는 데는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첫째로는 의사결정자가 거짓정보, 허위정보 혹은 축소보고 등으로 인해 제대로 된 정보를 얻지 못해 판단미스를 하는 경우이다. 두 번째는 제대로 된 정보를 얻고도 이를 묵살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경우, 의사결정자의 오만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대부분의 위기상황이 발생하기 이전에 이미 수많은 시그널이 존재하는데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하인리히 법칙으로 알려진 1:29:300의 법칙에 따르면 대형사고 발생 이전에 이미 그와 관련된 수시차례의 경미한 사고와 수백 번의 징후가 나타나게 되는데, 의사결정자들이 이러한 징후와 사례들을 무시하는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고 한다. 지금 전 세계가 중국발 우한폐렴에 떨고 있는 위기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까지 우리 정부가 보여준 대응이다. 처음 우한에서 폐렴이 발생하고 중국 전역으로 퍼지기 시작하면서 우한폐렴의 치명적인 전염성과 위험성에 대한 경고와 정보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정작 우리 정부는 이를 간과하고 무시했다. 오히려 외교논리, 경제논리를 앞세우며 국민들을 호도했다. 우리도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방역물자를 해외로 반출했고 위험지역의 외국인을 무제한으로 출입시켰다. 정부 각료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드니, 마음껏 회식하고 사람들을 만나라는 이야기를 언론 앞에서 떠들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전체인구 당 감염비율, 일일 감염률이 제일 높은 국가가 됐다. 앞서 언급했듯이 특정 사건과 위험요인에 대한 의사결정자의 방심은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좌지우지 하게 되기 때문에 치명적인 것이다. 더욱이 그 방심의 근원이 무지에 오만에 따른 것이라면 그 피해는 상상하기 어려운 끔찍한 결과로 귀결될 뿐이다. 지금이라도 무지와 오만에 휩싸여 있던 의사결정자보다 진정한 전문가들이 주도권을 잡고 위기해결을 위한 대안을 수립해 사태해결을 위해 온 국민이 힘을 모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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