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 리더십’ 뭐가 문제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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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 리더십’ 뭐가 문제이길래
  • 김영욱 기자
  • 승인 2013.03.20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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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입만 바라봐… 책임장관제 어디갔나” 논란
[매일일보] 박근혜 대통령의 ‘깨알 리더십’이 책임총리·책임장관제의 국정운영 무게감을 가볍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전문가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깨알 리더십’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나칠 경우 자율성이나 창조성을 제약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권 초기인 만큼 자신의 국정철학을 담은 세세한 지침을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20일 “대통령이 막연하고 추상적인 지시를 하는 것보다 구체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각론과 총론을 병행해야지 지속적으로 세부적인 부분까지 일일이 관여하다 보면 장관들의 운신 폭을 좁힐 수 있다”고 말했다.최 소장은 “이는 결국 박 대통령이 강조했던 창조성이나 자율성 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학)도 “세세하게 지시하는 건 사람의 스타일이기 때문에 어떻게 얘기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책임장관제를 하겠다고 장관을 임명했으면 그 사람을 믿고 맡기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박 대통령의 ‘깨알 리더십’이 관료주의를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 시사평론가는 “관료주의는 결코 리스크(위험)를 떠안으려 하지 않는다. (지시만 받고)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관료주의 속에서 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강한 국정 추진력으로 이어질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중책을 맡았던 한 인사는 “대통령이 정권 초창기에 부처를 장악하고 다잡기 위해 시시콜콜하게 지시하는 건 어느 정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와 함께 국가적 어젠다를 동시에 제시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 인사는 “경범죄처벌법 시행령이 첫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는데, 이것은 대통령까지 보고될 사안이 아니다.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이나 큰 틀을 고민해 국정철학의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박 대통령이 18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구체적인 부처별 업무지시를 한 데 대해 “부처별 지시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했다는 것은 자칫 수석비서관을 통해 장관에게 (지시가) 전달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이명박 정부의 청와대에서 일한 인사도 “초기니까 대통령이 말을 많이 해주는 게 좋지만 밖으로 드러날 때는 정리된 메시지로 나와야 한다. 혼자 말하다 세세한 부분이 틀리게 되면 오히려 분란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박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제시한 것 중 하나인 ‘책임장관제’의 현실화를 위한 전제 조건에 대한 논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행 대통령제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것이 대통령의 권력 독점이다. 정치권의 개헌 논의, 반복되는 측근 및 친인척 비리 근절 등도 결국 대통령의 권한 분산 방안으로 수렴된다.
인사권 보장이 최우선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각 부처 고위 공직자 및 산하기관장의 인사를 장관의 권한으로 일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과장 인사도 장관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장관의 인사권은 제한적이었다.

현행 국가공무원법은 5급 이상 공무원에 대한 임용권은 대통령이 갖고 있으며 이를 장관에게 위임하도록 되어 있다. 이런 부분을 개정해 장관의 인사권을 법적으로 보장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다. 한 정치전문가는 “책임장관제의 핵심은 장관의 실질적인 인사권 행사 여부”라며 “대통령의 의지에만 맡겨두면 한계가 분명하다. 법적인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공약, 의중과 부처의 정책 시행 방향이 충돌할 경우에 대비한 조정 시스템의 마련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권 초에는 대선 공약 추진 의지가 강한 청와대와 나름의 정책 추진 방향과 시점 등을 설정한 부처 간에 충돌이 발생할 여지가 크다.청와대에서 부처 실·국장에게 ‘오더’를 내려 장관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등의 수직적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책임장관제는 실현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다른 정치전문가는 “정책 의제의 선정, 추진방식, 시점 등을 결정할 때 과거처럼 상명하복의 관행이 아니라 청와대와 부처 간에 수평적인 의사교환 시스템이 갖춰져 활발한 논의가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또 각 부처가 국회 등을 상대로 한 정무적 역량을 어느 정도 갖출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만들면서 “각 부처 장관이 정무 기능에 적극 참여하고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정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부처의 행정 행위가 정치적인 파장을 고려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어설픈 정무 역량으로는 효율적인 정책 결정, 집행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한편 박근혜 정부의 내각과 청와대 간 관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책임장관제와 작은 청와대’를 내세우며 내각 중심의 국정운영을 약속했지만 정작 완성된 조각(組閣) 결과가 이러한 약속을 이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충족하기에는 한참 모자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이런 상황에서 청와대 비서실장과 주요 수석이 박 당선인의 측근들로 채워지면서 청와대가 국정전반을 주도하는 구조가 반복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박 당선인은 지난 8일부터 18일까지 열흘동안 다섯차례에 걸쳐 국무총리 후보자와 경제부총리 등 정부 부처 장관과 청와대 비서실장·수석 비서관 등 주요 인선을 발표했다.새 정부 초대 내각은 주로 상징성과 전문성 위주로 이뤄졌다는 평가다. 초대 내각의 얼굴격인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 내정자에 대해 깜짝 인선이 이뤄진 가운데 이들 모두 국정운영을 주도하는 책임형의 성향 보다는 국정운영을 돕는 보좌형의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반면 청와대에는 박 당선인과 호흡을 맞춰 본 친박(親朴·친박근혜 계열) 정치인과 인수위 출신 전문가들이 배치되는 구도다.이에 대해 한 여권 관계자는 “내각은 상징성과 전문성 등을 중요시 한다는 박 당선인의 의중을 보여주는 것이 주요 인선 기준이 된 반면 청와대 인선에는 박 당선인이 직접 일을 시킬 수 있는 사람들을 고르겠다는 기준이 적용된 것 같다”면서 “청와대가 국정운영의 중심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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