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입만 바라봐… 책임장관제 어디갔나” 논란
[매일일보] 박근혜 대통령의 ‘깨알 리더십’이 책임총리·책임장관제의 국정운영 무게감을 가볍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전문가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깨알 리더십’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나칠 경우 자율성이나 창조성을 제약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권 초기인 만큼 자신의 국정철학을 담은 세세한 지침을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었다.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20일 “대통령이 막연하고 추상적인 지시를 하는 것보다 구체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각론과 총론을 병행해야지 지속적으로 세부적인 부분까지 일일이 관여하다 보면 장관들의 운신 폭을 좁힐 수 있다”고 말했다.최 소장은 “이는 결국 박 대통령이 강조했던 창조성이나 자율성 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학)도 “세세하게 지시하는 건 사람의 스타일이기 때문에 어떻게 얘기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책임장관제를 하겠다고 장관을 임명했으면 그 사람을 믿고 맡기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박 대통령의 ‘깨알 리더십’이 관료주의를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 시사평론가는 “관료주의는 결코 리스크(위험)를 떠안으려 하지 않는다. (지시만 받고)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관료주의 속에서 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강한 국정 추진력으로 이어질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중책을 맡았던 한 인사는 “대통령이 정권 초창기에 부처를 장악하고 다잡기 위해 시시콜콜하게 지시하는 건 어느 정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와 함께 국가적 어젠다를 동시에 제시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 인사는 “경범죄처벌법 시행령이 첫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는데, 이것은 대통령까지 보고될 사안이 아니다.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이나 큰 틀을 고민해 국정철학의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박 대통령이 18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구체적인 부처별 업무지시를 한 데 대해 “부처별 지시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했다는 것은 자칫 수석비서관을 통해 장관에게 (지시가) 전달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이명박 정부의 청와대에서 일한 인사도 “초기니까 대통령이 말을 많이 해주는 게 좋지만 밖으로 드러날 때는 정리된 메시지로 나와야 한다. 혼자 말하다 세세한 부분이 틀리게 되면 오히려 분란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한편 박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제시한 것 중 하나인 ‘책임장관제’의 현실화를 위한 전제 조건에 대한 논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행 대통령제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것이 대통령의 권력 독점이다. 정치권의 개헌 논의, 반복되는 측근 및 친인척 비리 근절 등도 결국 대통령의 권한 분산 방안으로 수렴된다.
인사권 보장이 최우선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각 부처 고위 공직자 및 산하기관장의 인사를 장관의 권한으로 일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과장 인사도 장관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장관의 인사권은 제한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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