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민교 기자]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서울 마포 쉼터 손모 소장의 발인식 직후 열린 수요집회에서 손 소장 죽음의 책임을 검찰과 언론 탓으로 재차 돌렸다. 특히 이번에는 '광란의 칼끝에 천사같은 분이 희생당했다'고 말하는 등 이전보다 더욱 비난을 쏟아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10일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집회에서 "할머니들은 며느리도 딸도 이렇게 못한다고 칭찬했다"며 "소장과 함께해서 든든했고 따뜻했다"며 고인을 회상했다. 이어 "늘 피해생존자들의 뒤에서 그림자처럼 계셨던 소장 감사하다"며 "광란의 칼 끝에 가장 천사같은 분이 희생자가 됐다"고 했다.
이 이사장이 말한 '광란의 칼'은 검찰과 언론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특히 언론을 겨냥해 "유가족과 활동가들에 대한 언론의 무차별적 접근과 취재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며 "반성은커녕 카메라와 펜으로 다시 사자에 대해 명예훼손을 일삼고 있다"고 했다. 이날 수요집회를 주관한 한국여신학자협의회의 한 관계자 또한 "누구보다 불의를 보지 못하고 대쪽같던 고인은 말도 안 되는 언론기사와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공격에 하루하루 영혼마저 쓰러져 갈 것 같다고 했다"며 "과도한 취재경쟁으로 집밖에 나올 수 없이 고립됐음에도 사무실 동료들과 길원옥 할머니를 걱정했다"고 했다.
정의연 측 인사들은 손 소장의 죽음 이후 사태의 단초를 제공한 자신들의 행태에 대한 반성 대신 검찰과 언론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는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전날 손 소장의 빈소에서 열린 '추모의 밤'행사에서 한국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대표도 "소장님이 전광석화처럼 쉼터를 쳐들어오는 검사들과 하이에나처럼 물어뜯는 언론의 소나기를 버텨내실 거라 생각했는데 미처 그 고통의 깊이를 생각하지 못해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