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명현 기자] 한국 우주산업이 차세대 주요 산업의 성장 조건을 마련했다.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로 민간 주도의 우주사업에 새 지평이 열린 모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미사일 지침 해제 등 한미 우주 협력을 계기로 우주개발 정책을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2024년까지 고체연료 기반의 소형발사체 개발·발사가 추진된다. 고체연료 발사체는 우리나라가 군을 중심으로 축적한 고체 미사일 기술을 활용, 민간 우주산업체 주도로 개발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민간 기업들이 발사체 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민간 발사 기반시설을 구축한다. 민간 발사장 구축으로 한화, 이노스페이스 등 소형 우주발사체 개발 기업들의 사업 진행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발사장은 국내 유일의 우주발사장인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부지 내에 설치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우주개발 관련 예산 증액 및 우주개발 정책 논의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린다. 국가 우주개발 정책을 수립하는 대통령 소속 위원회인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을 국무총리로 격상한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 9일 당정청 협의회와 제19회 국가우주위원회 등에서 결정됐다.
업계 안팎에선 우주산업이 명실공히 차세대 국가 주요 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제66회 현충일인 지난 6일 추념사를 통해 미사일 주권 확보와 우주로 향한 도전을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민간 우주 시장이 활성화될 토대가 다져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전날 국가우주위원회에서 “전 세계적으로 공공영역이었던 우주개발을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향후 우주산업 시장 규모가 민간 주도 아래 2040년 기준 1200조원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우주 사업에 새 장이 열리면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 대표 방산 업체들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에 대한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
현재 KAI는 누리호의 전체 조립을 담당하고 있다. 그간 다목적·실용위성 제작, 정지궤도 복합위성 등의 연구개발에 참여하며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 최근 결성한 TF를 통해 초소형 위성부터 중대형 위성까지 우주산업 시장 전반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엔진 제작을 맡고 있으며, 올 초 국내 우주 위성 전문기업인 쎄트렉아이 지분 30%를 인수했다. 소형위성 본체와 탑재체, 지상체, 위성영상판매 및 위성영상분석 서비스 사업 등을 아우르며 우주 사업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안현호 KAI 사장은 전날 우주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석해 “한미정상회담 우주 분야 성과는 국내 우주 산업체의 추가적인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며 “KAI도 민간주도 우주개발 참여를 더욱 확대해 2030년까지 아시아를 대표하는 항공우주체계 종합업체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누리호는 올 10월 첫 도전에 나선다. 국산 기술로 우주 로켓을 발사하는 ‘누리호 프로젝트’는 지난 3월 1단 종합 연소시험에 성공한 지 2개월여 만에 ‘제2 발사대’에 인증모델(QM)이 장착 시험에 성공했다. 누리호 인증모델은 10월 발사가 예정된 비행모델(FM)과 동일한 크기로 제작된 모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