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별세 하루만 입장 표명 '공과' 적시
아들 재헌씨 유언 추가 공개 "평소 사과 마음"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노태우 전 대통령이 숙환으로 별세한 다음날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씨가 5.18 희생자에게 용서를 구한다는 고인의 유언을 공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고인에게 5.18 강제진압 등 역사적 과오가 적지 않다면서도 북방외교 등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를 내놨다.
▮ 노재헌 “너그러이 용서해 달라 유언”
영국 출장 중이던 노씨는 27일 귀국,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고인의 생전 유지를 전했다. 그는 “국가에 대해 생각과 책임이 컸기 때문에 잘했던 일, 못했던 일 다 본인의 무한 책임이라 생각하고 계셨다”며 “특히 5.18 희생자에 대한 가슴 아픈 부분, 그 이후의 재임 시절 일어났던 여러 일에 대해서 본인의 책임과 과오가 있었다면 너그럽게 용서해주시기를 바랐다”고 전했다. 또 “역사의 나쁜 면은 본인이 다 짊어지고 가시겠다. 앞의 세대는 희망을 갖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평소에 하셨다”고 전했다.
노씨는 이어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전부터 특히 재임하자마자 광주 5.18의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를 위한 노력을 나름대로 했고, 관련 특별법도 제정했다”며 “하지만 이후 5.18 관련 처벌도 받고 여러 정치적 상황에서 본인의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부분도 많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5.18에 대해) 평소 갖고 있던 미안한 마음, 사과하는 마음, 역사를 책임지는 마음을 중간중간 많이 피력하셨다”고 했다.
▮ 文 “5·18은 과오, 북방 정책은 성과”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별세 하루만인 이날 박경미 대변인을 통해 메시지를 냈다.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강제진압과 12.12 군사쿠데타 등 역사적 과오가 적지 않지만 88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북방정책 추진, 남북 기본합의서 채택 등의 성과도 냈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대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노 전 대통령의 빈소에 조화를 보냈다. 다만 빈소에 조문은 가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정부는 노 전 대통령 장례식을 국가장으로 치르는 안건을 국무회의에 상정해 의결했다. 김부겸 총리는 이 자리에서 “고인께서는 제13대 대통령으로 재임하시면서 국가 발전에 많은 업적을 남기셨다”며 “정부는 이번 장례를 국가장으로 해 국민들과 함께 고인의 업적을 기리고 예우에 만전을 기하겠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무위원들과 함께 노 전 대통령 서거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가족분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날 여권인사들은 노 전 대통령을 전두환 전 대통령과 비교하며 명복을 빌었다. 송 대표는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한민국 현대사의 영욕이 점철됐던 인물 중 하나인 노 전 대통령이 유명을 달리했다 명복을 빈다”며 노 전 대통령의 업적을 언급하며 “공과를 그래도 볼 수 있는 분”이라고 말했다.
▮ 野 "전두환 일가와 다르게 평가"
야당 인사들도 조문과 함께 고인에 대한 애도를 표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빈소를 찾은 자리에서 “노 전 대통령은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와 달리 평가될 부분이 있다. 민주화 이후 직선 대통령이었다는 차원에서 현대사에 큰 이정표를 남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 장례 절차에 대해 당 차원의 협조의사를 밝혔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노 전 대통령 빈소를 방문해 “노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가운데 외교에 대해선 커다란 족적을 남긴 분”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김 전 위원장 외에도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노재봉 전 국무총리,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 지상욱 전 의원 등 각계 인사들이 빈소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