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크림사태 때와 달라…한국, 바이어·공급선 다변화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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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크림사태 때와 달라…한국, 바이어·공급선 다변화 시급
  • 이재영 기자
  • 승인 2022.03.06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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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반도 병합 때 러 금융제재에 심각한 타격…스위프트제재로 더 고립될 전망
한국, 러 교역 축소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원자재 수급난에 대비해야
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날 시위에는 재한 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루스인 등 약 30명이 참가해 푸틴의 침공을 규탄하며 피켓시위를 펼쳤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날 시위에는 재한 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루스인 등 약 30명이 참가해 푸틴의 침공을 규탄하며 피켓시위를 펼쳤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 서방과 미국의 경제제재가 러시아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면서 양측의 갈등 해소가 어려운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크림반도 병합 당시 경제제재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강도로 인해 신냉전 구도가 굳어지는 가운데 한국도 대러 협력관계가 위축될 것에 대비해 바이어·공급선 다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및 서방과 러시아와의 무역 단절이 점입가경이다. 대러시아 경제제재 속에 항공과 바닷길이 막히고 있다. 주요 선사들이 대러 물류서비스를 중단하고 각국이 러시아의 항공기 운항을 중단시켰다. 세계 최대 해상물류 기업인 머스크는 러시아 물류서비스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덴마크·스위스·프랑스·싱가포르·독일 등은 국가적으로 대러 물류 서비스를 공식 중단했다.
미국 의회에서는 러시아와 무역관계를 중지하는 법안이 다수 발의됐다. 그 중 러시아산 석유 및 가스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미국의 에너지 독립을 촉진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일었다. 또 중국이 대만을 침략할 가능성도 겨냥해 모든 공산주의 국가와의 정상무역 관계를 단절하자는 법안까지 발의되는 등 신냉전 구도를 시사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사태는 세계 무역질서에 심각한 변형을 초래하고 있다. 과거 크림병합 당시 러시아가 경험한 경제제재 수준을 뛰어넘는 강도로 무역 관계에서 고립이 심화된 러시아와 미·서방과의 충돌이 격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2014년 크림사태 이후 발효된 서방의 대러 경제제재는 러시아 실물 경제에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타격을 입혔다. 이러한 영향은 주로 금융 부문 제재에서 비롯됐다. 특히 이번에 국제은행간결제시스템(스위프트)에서 러시아 배제를 결정한 제재는 초유의 강도로 러시아 경제에 더욱 심각한 타격을 줄 전망이다. 당초 스위프트제재는 각국 민간기업의 반발 등으로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됐지만 미국과 서방이 이런 부담을 무릅쓰고 경제제재를 강행한 것이다. 이에 피치·무디스·S&P 등 국제신용평가사는 러시아 신용등급을 강등하며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로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임박했다고 경고했다. 이같은 러시아 자본시장의 혼란은 한국과 러시아간 경제 협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당장 루블화 가치하락으로 루블화 표기 수출 계약의 경우 환차손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가 대러 수출을 잠정 중단한 까닭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루블화가치 하락은 대러 제조업 투자에 편중돼 있는 국내 기업들의 환차손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가능성도 높인다. 국내 현대차· 삼성·LG 등은 현지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오랜 기간 협력 경험과 신뢰 관계를 구축해왔다. 이에 2014년 크림 사태 때도 기존 투자를 철회하거나 생산을 중단하지 않았지만 이번 우크라이나사태에서는 루블화 가치 하락 수준이 심각한 데다 국제사회의 러시아 보이콧 기조가 짙어 전에 없던 불확실성이 러시아 진출 기업들에게 드리웠다. 수출 면에서는 한국이 미국의 해외직접제품규칙(FDPR) 면제대상국에 포함됐지만 대러 수출이 위축될 것은 불가피하다. 면제대상국 포함 합의의 전제가 한국의 자체 대러 수출통제 이행방안이 국제사회 수준과 잘 동조화 됐다는 평가이기 때문이다. 즉, 미국의 대러 FDPR 면제국에 포함되기 위한 조건은 미국 등 국제사회와 유사한 수준의 대러 수출통제를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이 면제국에 포함됐어도 국내 강화된 수출통제 조치의 영향으로 기업들은 정부의 수출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처럼 대러 교역이 축소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들에 따라 한국은 대러 원자재 수입 부족에 시달릴 수 있는 과제도 부상했다. 러시아로부터 수입은 이차전지 원료로 사용되는 코발트와 니켈, 반도체 공정 과정에 사용되는 비금속 원소로 네온·제논·크립톤 등이 중요 품목이다. 국내 희소가스 가공업체인 TEMC는 포스코와 협력해 올해 초 네온 가스의 국산화 설비·기술 개발에 성공했으며, 하반기부터는 국산 네온 가스를 반도체 소자업체에 본격 공급할 계획인 등 국산화에 속도를 내는 모습도 포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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