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한덕수 총리 후보자 인준이 표류하면서 결국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총리 대행을 맡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김부겸 총리가 퇴임하자 추 부총리를 총리 대행 삼아 박진 외교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임명하고 추가경정예산안 의결을 위한 국무회의를 열었다.
이날 오전 추 부총리는 국무총리 대행 자격으로 헌법에 따라 박 장관과 이 장관 임명을 윤 대통령에 제청했다. 이에 앞서 김 총리는 전날 밤 12시를 기점으로 사퇴해 임기가 끝났다. 윤 대통령은 추 부총리의 제청을 즉각 재가했다.
두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치렀지만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국회에 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고, 이후 재송부 기한이 지나 이날 임명이 가능했다. 윤 대통령이 인사청문보고서 없이 두 장관 임명을 강행한 것은 다음주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과 6.1 지방선거 주무부처의 국정 공백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박 장관과 이 장관 임명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은 9명으로 늘어났다. 윤 대통령은 이후 이날 오후 3시 용산 집무실에서 윤석열 정부 첫 국무회의(임시)를 열어 추경안을 의결했다. 국무회의에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과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참석해 개의 정족수를 채웠다. 헌법과 관련법령에 따르면, 국무회의 개의를 위해서는 대통령을 포함해 총 11명의 국무위원이 참석해야 하며 참석자의 3분의 2이상 찬성으로 안건을 의결할 수 있다.
이날 국회에서는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도 채택됐지만 송부 절차로 인해 장관 임명이 늦어지면서 국무회의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민주당 소속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위원들은 두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에 동의하면서 "코로나로부터 우리 경제 전반의 회복과 무역, 통상 관계의 진전, 그리고 가장 시급한 소상공인 손실 보상까지 우리 앞에는 해결해야 될 문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편, 김 총리는 이날 오전 이임사에서 "오늘 국무총리직을 퇴임하면서 지난 30년 넘게 해 왔던 정치인과 공직자로 여정도 마무리하고자 한다"며 "한 세대가 넘는 오랜 시간 동안많이 부족한 저를 국민의 공복으로 써주고 우리 공동체를 위해 일할 기회를 준 국민께 고개 숙여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어 "정치에 처음 입문하던 시절, 저는 시대의 정의를 밝히고 어려운 이웃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그런 포부를 가슴에 품기도 했다"며 "국회의원, 행정안전부 장관, 국무총리로서 일하면서 공직이 갖는 무거운 책임감 또한 알게 됐다"고 했다.
김 총리는 국민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나와 생각이, 성별이, 세대가, 출신 지역이 다르다고 서로 편을 가르고, 적으로 돌리는 이런 공동체에는 국민 모두가 주인인 민주주의, 더불어 살아가는 공화주의가 설 자리가 없다"며 "대화와 타협, 공존과 상생은 민주공화국의 기본 가치이자 지금 대한민국 공동체에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정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따뜻한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