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풀고 전세대출 지원···임대 매물 늘리고 부담 줄여
전문가 "혜택 제한적, 단기간 시장 안정 효과는 크지 않을 것"
[매일일보 이소현 기자] 정부가 임대인의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실거주 의무를 완화한다. 임차인을 위해서는 전세대출과 소득공제 지원을 강화한다. 오는 8월 임대차법 시행 2년을 앞두고 시장 불안을 미연에 잠재우고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21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첫 번째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임대차 시장 안정 방안'을 발표했다. 임대공급 확대 기반의 시장 친화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임차인의 부담을 경감하는 것이 골자다.
이번 정책으로 비과세 및 분양·대출 주택에 적용되던 각종 실거주 의무가 축소된다.
우선 정부는 임대료를 5% 이내에서 인상하는 이른바 '상생 임대인'을 대상으로 세금 관련 거주 요건을 완화한다. 1세대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또는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위해서는 2년 거주해야 하는데 상생 임대인을 대상으로는 이를 면제할 방침이다.
다주택자 또한 1주택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면 상생 임대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확대한다. 기존에 9억원 이하 주택으로 대상에 제한을 둔 것도 폐지하고, 2024년 말까지 이를 연장해 시행한다.
분양가상한제 주택에 최대 5년간 적용되던 실거주 의무도 개선한다. 최초 입주가능일이 아닌 해당 주택의 양도·상속·증여 이전까지로 손보는 것. 그간 거주 의무로 전세 매물이 나오지 않던 신규 주택에서 입주 효과가 확대되고, 임대인도 전세금으로 분양대금을 마련할 수 있어 미분양이 감소할 전망이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매입한 주택에 직접 거주하지 않고 전세를 두는 것도 가능해진다. 주담대를 받으면 기존주택을 6개월 내 처분하도록 한 것을 2년으로 연장하고, 새로 매입한 주택에 부과되던 전입 의무는 폐지한다.
각종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실거주 의무를 완화해 시장에 나오는 전세 매물을 끌어내겠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갭투자 방지를 위해 도입된 실거주 의무는 시장에 나오는 전월세 매물이 줄어들고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이 촉발되는 등 부작용이 있었다.
정부는 임차인을 위한 세액 공제와 전세대출 지원도 강화한다. 세액 공제는 총급여 7000만원 이하의 무주택 세대주에 대해 최대 12% 공제하던 것을 15%로 상향한다. 대출원리금 상환액에 대한 소득공제도 연 300만원 한도에서 400만원으로 늘린다.
앞으로 1년간 갱신계약이 만료되는 임차인을 대상으로 버팀목 전세대출도 확대한다. 수도권은 보증금 한도를 3억원에서 4억5000만원으로 인상하고, 대출한도도 1억2000만원에서 1억8000만원으로 올린다. 지방은 2억원에서 2억5000만원, 대출한도는 8000만원에서 1억2000만원으로 늘려준다.
민간건설임대 활성화를 위해서는 종부세 합산배제 혜택을 지난해 2월 17일 이전 주택으로 확대한다. 법인사업자는 법인세 과세가 배제되는 주택가액 요건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완화하고, 개인사업자는 장기보유특별공제 특례를 2024년 말까지로 2년 연장한다.
이번 정책은 전셋값 급등의 원인으로 꼽히는 새 임대차법을 단기간 손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세입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마련됐다. 오는 8월 새 임대차법의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4년으로 연장됐던 계약들이 순차적으로 만료되면서 커지는 전월세 시장 불안을 꺼뜨리겠다는 목적에서다.
전문가들은 그간 실거주 의무로 묶였던 주택 거래를 풀고 전세 공급을 유도한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전세 공급 효과를 내는 신규 주택 입주가 감소하고 있는 데다, 이번 정책의 혜택을 볼 수 있는 매물도 제한적인 만큼 단기간 효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진단이다.
권일 부동산리서치 팀장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시장에서 움직일 수 있는 판을 만들어줬다는 점에서 이번 대책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다만 당장 오는 7~8월 가시적인 효과를 내기는 어려운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분양 등 다주택자가 가져간 매물은 나중에 임대 매물로 나오게 된다"면서 "(세금을 줄여) 다주택자들이 시장에 뛰어들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인데 시장의 예상보다 이들의 수는 많지 않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는 "새 임대차법을 전면적으로 개정하는 등 시장 기능을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면서 "세금이나 예산 등을 통해서 시장을 안정화하는 전략은 지난 정권과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