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검찰이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첩보 관련 보고서 무단삭제 혐의로 국가정보원에 의해 고발당한 박지원 전 국정원장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그 파장이 군 당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군 당국 역시 사건 당시 관련 기밀정보를 군 정보 유통망에서 삭제한 것으로 확인돼 문재인 정부가 월북몰이를 위해 반대 정보를 조직적으로 차단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7일 해양수산부 소속 고(故) 이대준씨 피살 사건과 관련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에 탑재된 기밀정보 일부가 삭제됐다는 의혹에 대해 "정보의 원본이 삭제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삭제 사실 자체는 시인했다. 그는 "MIMS에 탑재된 민감한 정보가 직접적인 업무와 관계없는 부대까지 전파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MIMS란 사단급 이상 제대간 군사 정보를 관리하는 군 내부 정보 유통망으로, 국정원과 한미연합사령부 및 각 군 작전사령부 등과도 연결돼 있다. 이런 까닭에 업무와 무관한 예하부대에까지 전파되지 않도록 기밀정보를 삭제하는 등 조치를 했다는 게 합참 해명이다. 합참이 말하는 기밀정보란 이대준씨의 월북을 판단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알려진 미국 측 SI(특별취급정보)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날 국방부를 찾은 더불어민주당서해 공무원 사건 관련 태스크포스(TF) 김병주 단장은 "MIMS는 고도로 비밀을 요구하는 SI 2급 체계"라며 "문서 삭제나 배부선 조정 등 활동이 외부에 나가는 것 자체가 광범위한 보안사고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합참은 특히 원본이 남아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기밀삭제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이는 '원본은 삭제될 수 없다'며 무고를 호소하는 박 전 원장의 주장과 닿아 있다. 하지만, 월북 추정에 무게를 두기 위해 관련 정보 노출을 막은 것 아니냐는 의혹은 여전한 상황. 해당 정보가 MIMS에서 삭제된 시점은 2020년 9월 23~24일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합참은 삭제된 정보에 피격 공무원의 월북 정황 등이 포함됐는지 등에 대해서는 보안상 문제를 이유로 답을 회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