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여이레 기자] 앞으로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등 범죄 주도자에게 범죄 규모에 따라 최대 무기징역이 구형된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원석 검찰총장 직무대리(대검찰청 차장검사)는 지난 19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보이스피싱 사건처리기준' 개정안의 시행을 전국 일선 검찰청에 지시했다.
대검은 지난 2016년 보이스피싱 사건처리기준 합리화 방안을 마련하는 등 보이스피싱 처벌 강화 기조를 유지해왔으나 범죄가 계속 지능화하고 종전의 사건처리기준에 포섭되지 않는 신종 수법이 끊임없이 등장해 처벌 기준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가 국내에 처음 신고된 것은 2006년이다. 수법이 날로 교묘해진 탓에 피해액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최근 5년 새만 해도 2017년 2천470억원에서 지난해 7천744억원으로 3배가 넘게 뛰었다. 그러나 가담자에게는 기본적으로 일반 사기죄가 적용됐기 때문에 다른 죄명과 함께 최대한 가중 처벌을 하더라도 징역 15년형을 넘기기 힘들었다.
지난달 정부합동수사단(합수단)을 꾸리는 등 보이스피싱 범죄 엄단 방침을 내놓은 대검은 피해자의 규모나 피해액 등을 합산한다면 지금보다 구형 기준을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총책 등 범죄 주도자에게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무기징역까지 구형할 수 있도록 방침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현금 수거책이나 보이스피싱용 통신 중계기 관리자 등 새로운 범죄 유형을 추가하고, 유령법인 설립과 불법 환전 등 범죄 처벌 기준을 높이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서민 대상 범죄라면 액수가 많지 않다고 해도 결코 '피해가 작다'고 할 수 없다"며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해 눈앞에 보이는 범죄 말고도 최대한 피해 사례를 모아서 엄벌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검찰총장 후보자인 이원석 차장은 지난 6월 합수단 구성 방침을 발표하면서 "16년 묵은 난제(보이스피싱)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달에는 서민 다중 피해를 야기한 경제범죄 사범의 처벌과 범죄수익 박탈 강화를 지시하기도 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최근 이 같은 대검의 움직임이 민생 침해 사건에 관심을 기울여온 이 차장의 성향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이 차장은 법무부 재직 시절 서민과 영세 상인 보호를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 작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등 범죄 수사 외에도 민법 같은 다양한 분야를 섭렵해왔다"며 "이런 경험이 민생 안정의 중요성에 관한 지론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