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보라 기자] 연휴 이후 가을 이사철이 본격화하지만 올해 가을 부동산 시장은 역대급 거래 침체와 집값 하락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계속되는 금리 인상 부담과 경기 침체, 그에 따른 집값 하락이 본격화하면서 팔 사람은 많은데 매수자들은 실종된 까닭이다.
10일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15% 하락했다. 이는 2013년 8월 5일(-0.15%) 조사 이후 9년 1개월 만에 최대 하락 폭이다. 지난주 수도권 아파트값도 0.21% 하락해 2012년 9월 10일(-0.22%) 조사 이후 10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10년 전인 2012년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리먼브러더스 사태)와 보금자리주택(반값 아파트) 공급 확산 등으로 2010년부터 이어진 집값 하락세가 정점에 달했던 시기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2012년 서울 아파트값은 6.55%, 수도권 아파트값은 5.77% 내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올해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극심한 거래 침체 여파로 10년마다 집값이 오르고 내리는 '10년 주기설'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올해 아파트 거래량은 직전 침체기인 10년 전 2012년을 넘어서 역대 최저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글로벌 국가들의 금리 인상 러시로 매수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탓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7월 서울 아파트 누적 거래량은 총 8557건으로, 2006년 실거래가 신고 도입 이후 연간 최저 거래량을 기록한 2012년의 1∼7월(2만2441건)에 비해 162%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3만550건)에 비해선 257% 감소한 수치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0.9를 기록하며 18주 연속 매수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단순 지수만으로는 2019년 7월 1일(80.3) 이후 약 3년 2개월 만에 최저다.
추석 이후에도 최근 거래 침체와 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이달에도 3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글로벌 국가들의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서 한국은행도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가 최근 '정상화' 명목으로 과거 정부의 규제를 풀고 있지만 해제에 그치는 것도 집값 하락을 점치는 이유다. 정부는 가까스로 잡아놓은 집값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 사실상 '선(先) 안정, 후(後) 규제완화' 기조로 정책 방향을 잡았다.
지난달부터 생애 최초 주택 구입 가구에 적용되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의 상한을 80%로 완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는 투기지역과·투기과열지구의 경우 종전 40%, 조정대상지역은 50%에서 80%로 LTV가 늘었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그대로다. 오히려 지난 7월부터는 총대출액 1억원 초과 차주도 소득에 따라 대출이 제한돼 사실상 완화 효과가 거의 없다. 정부는 현재 규제지역 내 대출이 금지되는 15억원 초과 대출 규제에 대해서도 완화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지만, DSR이 함께 완화되지 않는 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