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소현 기자]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했다. 좁은 골목에 밀집된 인파가 도미노처럼 넘어지면서 수백 명이 다치거나 사망하는 참사로 이어졌다.
30일 정부 당국과 지자체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사망자는 151명, 낮 12시 기준 접수된 실종신고 건수는 누적 2642건이다.
목격자들은 골목길 위쪽에서 대열이 무너지기 시작하며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사람 위로 사람이 쓰러지고 겹겹이 쌓여 일어나지 못하는 압사사고가 발생했다고 공통적으로 말했다.
참사는 이태원역 1번 출구가 있는 대로로 연걸되는 좁은 내리막길에서 발생했다. 이 길은 이태원동 중심에 있는 해밀톤호텔 뒤편인 세계음식거리와 연결된다. 길이는 45m, 폭은 4m 수준으로 성인 5~6명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다.
전날 토요일 이태원 일대에는 3년 만의 핼러윈을 맞이해 수만 명의 인파가 몰렸다. 가뜩이나 길이 고르지 않고 경사가 있는 데다 가게에서 내놓은 의자와 박스 등으로 길이 막혀 통행이 어려운 이태원 도로에 수만 명의 인파가 몰리면서 사람들이 뒤엉켰다.
이태원 중심가에서 내려오는 인파와 이태원역에서 올라오는 인파가 모두 사고가 발생한 좁은 골목으로 몰리면서 서로 밀고 밀리는 시간이 계속되다가 사람들이 넘어지면서 아비규환이 시작됐다. 길의 한쪽에는 해밀톤 호텔이 위치해 다른 곳으로 피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좁은 길에서 통행을 위해 대치하는 상황에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향하는 일부 시민들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자체적으로 질서를 유지하려는 "뒤로 뒤로"라는 외침을 "밀어 밀어"로 잘못 알아듣고 앞사람을 밀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호주인 A씨는 "밤 10시가 넘어 해밀톤호텔 옆 좁은 골목길을 지나던 누군가가 넘어졌고, 뒤를 따르던 사람들도 차례로 넘어져 겹겹이 쌓였다"고 말했다.
응급처치받은 20대 남성 김모 씨는 "밤 10시 30분쯤부터 사람이 밀려나기 시작하다가 10시 40분부터 앞쪽에서부터 차례로 사람이 넘어지면서 5∼6겹으로 쌓였다"고 말했다.
한 20대 여성은 "해밀톤호텔 근처에서 친구와 헤어진 후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면서 "소방관과 경찰들이 현장 접근을 못 하게 해 생사도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고 발생 이후 이태원로의 해밀톤호텔 일대에서 오후 10시 15분경 사고가 났다는 신고가 최초 접수됐고, 소방당국의 구조팀이 2분 후인 17분경 출동했다.
신고를 받고 도착한 구조 인력들은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쓰러진 300여 명의 환자들을 큰 도로로 옮긴 뒤 심폐소생술(CPR)을 시도했다.
긴급한 상황에서 소방관과 경찰과 더불어 시민들까지 환자들의 가슴에 심폐소생술을 하고 팔다리를 주무르며 안간힘을 쏟았다.
소방서는 사고현장에서 불과 100m 거리에 있었으나, 인파가 몰린 데다 불법주차 문제에 구조 인력이 도착하는데 평소보다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보인다. 좁은 골목에서 사고가 발생해 소방과 경찰 당국 모두 골목 통제와 구조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은 이날 이태원 일대 1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경찰 인력 200여 명을 배치했다. 안전 단속과 사고예방 태세를 갖췄지만, 과도한 인파가 몰리면서 사고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