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여이레 기자] 경제계가 근로소득 상위 2%에 들거나 최저임금의 5배 이상을 받는 전문직·관리직·연구직은 주 52시간 적용 대상에 빼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28일 대한상공회의소의 보고서 '근로시간 적용제외제도 국제비교와 시사점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산업구조의 변화와 함께 전체 취업자 중 화이트칼라 근로자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실제로 1963년 18.3%였던 화이트칼라 비중은 2021년 41.5%로 높아졌다. 서비스·판매직은 같은 기간 41.4%에서 22.5%로, 블루칼라는 40.3%에서 36.0%로 낮아졌다.
대한상의는 "과거 제조 및 생산직에 맞춰서 만들어진 획일적 근로시간 규율 체계가 주 52시간 시행 이후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구조·근무형태와 괴리가 확대되고 있다"라며 "노사가 협의와 합의를 통해 근로시간 제한 규정을 선택적으로 적용 배제 할 수 있는 '한국형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를 즉시 도입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보고서는 자율적으로 근로시간 규율 방식을 결정할 수 있는 근로시간 자유선택제(옵트 아웃) 도입을 제안했다. 20대 국회에서 근로소득 상위3% 이내에 드는 근로자에 대해 근로시간, 휴게, 휴일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이 법안은 사회적 논의 없이 폐기됐다.
미국의 경우 업무 특성상 근로 시간을 기준으로 업무성과를 평가하는 것이 부적합한 전문직·관리직·고소득자에 대해 근로시간 규율을 적용하지 않는 '화이트칼라 이그잼션 제도'를 이미 두고 있다. 적용대상은 주급 684달러 이상인 고위관리직·행정직·전문직과 연간 소득 10만7432달러 이상의 고소득자이다.
일본도 노동기준법을 개정해 미국과 유사한 '고도 프로페셔널에 대한 근로시간 면제제도(탈시간급제)'를 2019년 4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좀 더 폭넓은 방식으로 근로시간 규율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은 근로계약을 통해 최장근로시간인 1주 48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수 있도록 약정한다.
프랑스는 단체협약을 통한 연간 근로일수와 임금을 포괄약정하는 '연단위 포괄약정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단체협약에 따라 약정을 한 경우 법정근로시간과 최장근로시간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우리나라의 경제 체력이 강화되기 위해서는 벤처기업, 스타트업이 활성화돼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혁신 국가가 돼야 한다"라며 "하지만 획일적 노동시장 규제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부합하는 근로시간 규율체계를 정립해 우리 경제의 활력을 제고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