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회 이태원 참사 국조특위 2차 공청회
유족·생존자, 정부 '부실 대응'에 분노하며 눈물
[매일일보 염재인 기자]
#. "주인 말 안 듣는 머슴은 필요 없어.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
#. "(살아 돌아온) 저에게 2차 가해는 장관·총리·국회의원들의 말."
#. "참사의 유일한 원인은 (정부의) 군중 밀집 관리 실패."
12일 국회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2차 공청회에서 참사 생존자와 유가족들이 증언대에 섰다. 이들은 참사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정부의 안일한 대응과 책임지지 않으려는 태도에 분노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박가영씨 유가족 최선미씨는 이날 열린 공청회에서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지난 1차 청문회 때 제가 거의 빌다시피 하면서 시신 수습에 대해 조사해달라고 했죠?"라며 "그래서 의문점을 제시하셨죠? 신원 조회에 12시간이 걸린 것과 아이들이 나체로 부모에게 인계됐는지 알고 싶다고. 그러면 보건복지부나 소방, 경찰에 자료를 요청하셨냐, 자료를 받으셨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우리(유가족)에게 뭘 해줄 것처럼 하더니 아무것도 안했죠?"라며 "우리 보고 갈라치기(한다고) 하더니 이제는 제일 간절하게 질문했던 것 갖고 우롱하냐"고 비판했다.
국조특위 위원장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금 (특위) 위원들에게 질의하는 순서는 아니다. 정리해 주기 바란다"고 하자 최씨는 우 의원에게 "이 나라의 주인이 누구냐, 국민이지 않냐"며 "주인 말 안 듣는 머슴을 필요 없다.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호통쳤다. 최씨는 우 의원에게 "저희가 한 질문에 대한 자료를 저희는 받아보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공청회에는 참사 생존자인 김초롱씨도 증언대에 섰다. 김씨는 이날 생존자 중 첫 번째로 나서 떨리는 목소리로 참사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씨는 "나는 왜 살았는가. 살았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하다가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참사 당일) 저녁 10시께부터 인파가 몰렸고, 압박이 점점 심해져 발이 동동 뜰 정도였다"며 "'사람이 깔려 죽었어요. 제발 통제에 협조해주세요'라고 외치는 것을 봤고, 이내 곧 1초에 4~5명씩 들것으로 실려 나오는 사람들을 보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이태원 참사는 정부의 대응 실패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씨는 "우리는 좋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참사 현장에서 모두는 삼류가 아닌 일류였다. 삼류는 그 위에서 시스템을 잘 돌아가게 지휘하지 못한 사람들"이라며 "참사 원인은 유흥과 밤 문화, 외국 귀신파티 문화가 아니다. 참사의 유일한 원인은 군중 밀집 관리 실패"라면서 진술을 마쳤다.
공청회 진술인은 유가족 8인, 생존자 2인, 지역 상인 1인 등 총 11인이 참석했다. 진술인 중 생존자 1인은 신분 비공개로 가림막 안에서 진술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여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출석을 반대하면서 이 장관과 생존자·유족 간 면담은 불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