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효과 없이 수사 기간 늘고 법 집행에 혼란만 초래해"
민노총 "건설노동자 52%가 시행 전후 달라진 것 없다 응답"
[매일일보 권영현 기자] 사업장의 안전 조치 의무 위반 등의 이유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우 경영책임자나 사업주 등을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1년을 맞았지만 경영계와 노동계는 시행 이전과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중대재해처벌법 수사 및 기소 사건을 통해 본 법률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발표하고 수사기간만 길어졌을 뿐 시행 효과는 미비하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까지 수사기관이 경영책임자를 중처법으로 기소한 사건은 11건, 기소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237일이다. 평균 수사기간은 고용노동청 93일, 사건을 송치 받은 검찰 144일이다.
경총은 중처법이 경영책임자를 ‘사업 대표’와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지칭하지만 이를 특정하기 어려워 수사가 장기화된다고 분석했다. 법률의 모호성과 불명확성 탓에 경영 책임자의 관리책임 위반을 찾고 고의성을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작년 12월 말까지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입건된 82건과 기소된 11건의 피의자가 모두 대표 이사이다. 수사기관이 선임된 최고안전관리책임자(CSO)를 경영 책임자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임우택 안전보건본부장은 “정부 당국 역시 법 적용과 혐의 입증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며 “경영계가 문제제기한 법률의 모호성과 형사처벌 과도성에 따른 부작용의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지난 12일 ‘중대산업재해 단계별 대응방안’ 보고서를 발표하고 중처법이 CEO에 대한 처벌을 위한 법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일호 고용노동정책팀장은 “기업들은 중처법상 의무를 이행하고자 노력했음에도 중대재해는 줄어들지 않아 예방목적에 맞게 개정돼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법준수 능력이 취약한 50인 미만 사업장이 내년부터 법의 적용을 받게 되는 만큼 올해 안에 입법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자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후의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지난 25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현장 노동자 75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노조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기점으로 건설현장이 달라졌냐는 질문에 52%에 달하는 3924명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답했고 21.6%(1629명)가 달라졌다고 응답했다.
이날 건설노조 전재희 노동안전보건실장은 “그동안 사업주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고 현장에서 안전과 보건을 위한 협의체는 전혀 돌아가지 않고 있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은 여태까지 시행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