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채원 기자] 한국거래소가 한국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하기 위해 파생상품시장의 개장시간을 15분 앞당길 예정이다. 또 파생상품시장에서 자체 야간시장과 투자자 맞춤형 보호체계 도입을 추진한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31일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본시장의 더 높은 도약을 위한 한국거래소 핵심전략’을 발표했다. 핵심전략으로는 △프리미엄 시장 △역동적인 시장 △신뢰받는 시장 △효율적인 시장으로 4대 미션을 제시했다.
손 이사장은 프리미엄시장 도입을 통해 한국 증시 저평가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그는 “변동성 축소를 위해 파생시장상품의 개장시간을 앞당겨 야간에 발생했던 글로벌 시황정보가 파생상품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도록 만들겠다”며 “이미 야간시장을 도입한 대만 등 다른 글로벌 국가들처럼 파생상품 시장의 자체 야간시장 도입도 서둘러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한국거래소는 깜깜이 배당지급 관행도 개선할 예정이다. 손 이사장은 “배당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배당금도 모른 채 깜깜이 투자를 하고 있다”며 “배당금액을 먼저 확정한 후 배당기준일을 정하게 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그는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시장 접근성도 높여야한다고 강조했다. 손 이사장은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 폐지와 통합계좌(옵니버스계좌)를 활성화시키겠다”며 “상장사 정보 영문공시를 의무화 해서 언어장벽 또한 과감하게 허물겠다”고 말했다.
상장법인 영문공시는 2024년부터 자산 10조원이상 코스피 상장사에게 적용되고 2026년부터는 자산 2조원이상 코스피 상장사부터 해당된다.
한국거래소는 대체거래소(ATS) 경쟁에 대비해 매매제도 및 인프라 서비스의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손 이사장은 “ATS 출범에 따라 거래소도 통합 시장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서비스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등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며 “ATS와의 경쟁이 투자자들의 이익과 연결될 수 있도록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전했다.
거래소는 올해 증권형 디지털자산이 상장되고 유통될 수 있는 디지털증권시장을 개설한다. 그는 “디지털증권시장 개설 및 블록체인 기반 혁신 인프라를 구축하고자 한다”며 “매매제도와 인프라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고, 올해 디지털증권 장내 유통시장을 개설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무차입공매도 혐의 적발 기간을 단축하고 불공정거래자 시장참여제한 프로세스를 확립하는 등 불공정거래를 근절해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할 예정이다. 손 이사장은 “자본시장의 신뢰의 탑을 쌓겠다면서 불공정거래를 위반하면 향후 10년동안 계좌를 중지시키는 등 불공정 반칙행위에 엄정하게 대응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손 이사장은 이어 “공모주 상장 당일에 주가의 가격제한 범위를 확대해 적정주가가 찾아지도록 하고 기업 회생가능성 등을 검토해 상장폐지를 위한 실질심사 절차도 합리화 하겠다”고 했다.
공매도 전면재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손 이사장은 “공매도 전면재개는 아직 컨센서스가 모아지지 않았다”며 “공매도는 시장의 가격 관리를 위한 효율적인 매매 기법이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투자자들의 의견 또한 중요하게 생각해 다양한 의견을 모아 반영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거래소는 효율적인 시장 조성을 위해 스마트워크 혁신을 가속화한다. 거래소는 K-페이퍼리스, K-웍스 등을 도입해 스마트워크 시즌1을 마무리한 바 있다, 올해 시행되는 시즌2에서는 데이터를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활용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기반으로 바텀업(Bottom Up) 방식의 업무혁신을 추진한다.
마지막으로 손 이사장은 “우리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점차 고차방정식이 되어가는 느낌이다”며 “이를 풀기 위해서 금융시장을 둘러싼 환경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짜임새 있는 액션 플랜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으며, 시장참여자와의 상생협력을 통해 자본시장의 넥스트 노멀(Next Normal)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