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법 형사항소 재판부간 현저한 차이
[매일일보] 남의 명예를 훼손해 형사재판에 넘겨진 사람을 두고 판사마다 현저히 다른 유·무죄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관의 독립을 강조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재판을 받는 국민이 ‘복불복 판결’을 피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 A재판부와 B재판부는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명예훼손 사건을 15건씩 심리했다.
하지만 A재판부가 이 가운데 11건을 무죄로, B재판부가 11건을 유죄로 판단하는 등 판결 경향에 큰 차이를 보였다.
중앙지법 형사항소 6개 재판부가 1심의 유죄를 무죄로 뒤집은 경우는 총 11건이었는데 그 중 무려 9건이 A재판부 한 곳에서 나오기도 했다.
통상 명예훼손 사건의 항소심이 6개 재판부에 무작위로 배당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수치는 매우 이례적이다.
피고인 입장에서는 비슷한 사건으로 기소돼도 어떤 판사한테 재판 받느냐에 따라 유·무죄 선고가 갈린다고 볼 수 있다.
법원 관계자는 “법리 적용에 있어 판사마다 판단이 다른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그래서 3심제가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최근 6개 재판부를 거친 명예훼손 사건 69건 중 21건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는 동안 파기환송은 단 한 건도 없었다.
한 변호사는 “법관의 독립도 중요하지만 판결이 복불복이 돼서는 안 된다”며 “명예훼손 유·무죄 기준에 관한 논의가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A재판부도 작년 10월 한 판결에서 “비슷한 범죄에는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라는 평등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