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원 항공보안학회장 "범칙금 부과, 보안 문화 조성"
유인호 변호사 "당국, 공법 논의 외면…책임 전가 몰두"
김대희 인천공항 검색노조 위원장 "권한 없이 책임만"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최근 항공 산업 현장 전반에서 각종 보안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항공 보안당국 차원에서의 전반적인 검색 관련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28일 한국항공보안학회는 국회의원회관 제3회의실에서 '항공 보안 검색 요원 제도 개선 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황호원 한국항공보안학회장(한국항공대학교 항공교통물류학부 교수)은 "미국에서는 위해 물품을 소지한 채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려는 탑승객에게는 무거운 벌금을 부과한다"며 "검색 요원만 문책하는 국내 규정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 학회장은 "탑승객 스스로 보안에 협조하는 문화를 조성하려면 반입 금지 물품 적발 시 범칙금 부과 또는 상세한 검색 요구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10일,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 자회사의 검색 실패 탓에 인천발 마닐라행 대한항공 기내에서 9mm 권총 실탄이 발견됐다. 같은달 26일에는 카자흐스탄인 2명이 인천공항 제4활주로 북측 담장을 넘었고, 지난 5일에는 검색대 전원이 꺼져 31명이 검사 과정 없이 제주도에 입도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대형 보안 사고들이 연달아 터지고 있다.
이와 관련,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글로벌 항공 보안 계획(GASeP)에는 '효과적인 보안 문화의 촉진은 좋은 보안 성과를 얻는데에 중요하고, 강한 보안 문화는 관리자 계층으로부터 모든 조직 내에서 개발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동기가 부여된 노련한 전문가는 효과적인 항공 보안을 기하기 위한 중요한 전제 조건이라는 문구도 들어있다.
송제환 한국교통안전공단 선임연구원은 "정부는 위험 기반 보안 관리 체계 구축을 지원하고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며 "공항공사들은 적정 인력을 충원하고 급여 현실화에 노력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송 선임연구원은 "보안은 서비스가 아닌 '나'의 안전을 보장하는 수단"이라며 "탑승객들은 '항공보안 365'를 적극 참고해 공항·기내 반입 금지 물품 검색을 생활화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행 항공보안법은 항공 보안에 관한 권한과 책임이 국가에 있다고 규정하면서도 보안 책임은 공항 운영자나 항공 운송 사업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있다. 또한 보안 검색은 위탁 업체로 외주화 하고 있고, 실패 사례가 생겨나면 담당 직원에게 형사 책임을 묻는 것이 현실이다.
국토교통부 항공보안정책과 역시 일개 과(科)에 불과하고, 보안 감독 업무는 서울·부산·제주지방항공청에 일임하고 있어 항공 보안에 관한 예산이나 조직의 규모에 비해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유인호 변호사는 "항공 보안을 위한 조직과 예산, 법 집행 권한이 서로 모순되고 충돌하고 있다"며 "본질적인 공법적 논의를 외면하고 책임 전가에만 몰두하면 단순 검색 실패를 넘어 항공 보안에 관한 규제 실패에 이를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변호사는 "규제 실패가 누적되다보면 최종적으로 항공 보안 붕괴라는 국가적·안보 위기에 봉착할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보안 문화'는 조직의 일상적인 운영에 내재된 모든 기관과 구성원들의 행동이 반영된 기준·신념·가치·태도·가치관 등의 총합"이라며 "문제 발생 시 조직 문화 개선이 수반돼야 한다"고 했다.
한편 보안 검색 현장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담당 직원들의 직무 역량을 제고해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통상 항공 보안에 투입되는 비용은 업무 수행을 위한 인건비와 보안 검색, 출입 통제 등에 사용되는 장비 도입비로 구분된다.
인건비는 항공 보안 비용 중 95%를 차지하고, 양대 공항공사들이 보안 검색 자회사를 설립한 이후 연 평균 약 6.5%씩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관련 인건비는 약 1150억원에 달한다는 전언이다. 항공 보안 장비 도입비는 중장기 투자 계획에 따라 추후 10년간 약 584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김윤숙 한국관광대학교 항공서비스과 교수는 "인건비와 장비 도입 비용을 모두 합하면 1210억원 수준"이라며 "공항 이용객 1인당 3000원씩 거두면 충당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실제 네덜란드 스키폴 국제공항의 경우 현지 출발 승객에게는 16.88유로(한화 약 2만5000원), 환승객에게는 9.43유로(1만4000원)을 보안 서비스 명목으로 부과하고 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 교통안전국(TSA)은 항공권 구매 시 승객으로부터 항공사가 5.6달러(약 7500원) 상당의 보안 수수료를 징수하도록 했다. 이 외에도 일본·홍콩·중국·싱가포르 등에서는 2300~4만3500원의 보안 수수료를 공항 이용자들에게 내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엑스레이 이미지 판독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시수 준수 등도 따라야 한다"고 첨언했다.
보안 검색 요원들의 처우 개선에도 힘써야 한다는 입장도 존재한다.
김대희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노동조합 위원장은 "보안 검색업계 퇴사자 비율은 지난해 8월 이후 승객의 급증세에 비례하는데, 이들 중 80% 가량이 3년 이상 경력자"라며 "처우에 대한 불만과 과도한 책임이 가장 큰 퇴사 이유로, 검색 업무 공백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경력 7년차인 보안 검색 요원들도 최저 시급인 9620원을 받고 일하는데, 이는 동일 업무를 수행하고 시간당 18달러를 수령하는 TSA의 직원 대비 39.9% 수준"이라며 "권한은 없고 책임만 큰데 하루 최장 근무 시간은 15시간에 달할 정도로 업무 강도가 높은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 외에도 특수 경비 신임 교육·보안 검색 초기 교육·현장 OJT·인증 평가 등 총 212시간에 이르는 교육 과정은 무급으로 진행돼 취업 희망자 중 20%는 자발적으로 입사를 포기한다는 이야기도 이어졌다.
유덕기 경운대학교 항공보안경호학부 교수는 "항공업계에서 보안은 비교적 뒷전에 밀려있다"며 "보안 검색 자격증 제도를 신설하고, 관련 전공자를 채용 과정에서 우대하는 등 공항의 핵심 업무로 인식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보안 검색 요원을 경비업법상 특수 경비원에서 분리하고, 청원경찰에 준하는 권한과 특별사법경찰관리 지위를 부여해 불법 방해 행위를 예방하도록 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안세희 국토부 항공안전정책과장은 "현업 종사자들의 고충을 충분히 청취했고, 업계 관계자들과 소통해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해 고민해보고 발표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공항 이용자들로 하여금 추가 비용을 지불토록 하는 방안은 국회와 함께 조심스럽게 볼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 자리에는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황병용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팀장 △송한규 한국공항공사 보안계획부장 △이상훈 전국보안방재노동조합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