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오는 4일 새벽 FOMC 회의 결과를 발표하는 가운데, 한국은행도 기준금리의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장에선 연준의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에 한은이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75%로 인상할지, 3.50%로 동결할지에 대한 전망도 엇갈리는 분위기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은이 5월에도 금리를 동결할 거란 전망이 아직 우세하지만 이 최근의 원·달러 환율 상승, 연준의 금리 인상, 가계부채 등을 고려해 0.25%p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의 오는 5월 25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결정방향 회의를 앞두고 기준금리 인상과 동결 요인이 어느 한 쪽에 쏠림없이 나오고 있다.
앞서 한은은 최근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동결, 기준금리를 연 3.5%로 묶어 놓았다. 수출 감소 등 경기 부진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에서는 향후 한국은행의 정책 방향에 대해 “더 이상 금리를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다만 최근 통화정책에서 가장 큰 이슈로 부상한 게 환율 상승이라는 점이 기준금리 동결을 유지하기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40원대를 돌파하며 연고점을 연이어 경신 중이다. 4월 들어 환율 등락폭도 44.5원에 달하는 등 변동성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외환당국이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왑과 구두개입, 미세조정 등을 통해 시장 안정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환율 상승으로 수입상품 가격이 떨어지면 무역수지 개선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데다,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한은이 상반기 내 기준금리 한 차례 더 올릴 가능성도 있다는 게 시장 일각의 관측이다.
미국, 유로존 등 주요국의 정책금리 추가 인상도 기준금리 재인상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당장 미 연준이 오는 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p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 또한 지난달 24일 기자들과 만나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다다른 게 아니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지 이자율이 정점인지는 나라마다 생각이 다르다"라며 "가장 중요한 미 연준이나 유럽연합은 현재 일어나는 금융안정과 또 이것을 물가안정과 어떻게 조화시킬지 보고 전반적으로 한두번 더 올리려는 분위기였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미국 정책금리는 4.75~5.00%로 한국과의 금리차는 상단기준 1.50%p 달한다. 이미 22년여 만에 가장 큰 격차다. 5월 FOMC 이후엔 1.75%p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역사상 단 한번도 없던 금리차다. 한미 금리차가 확대될 경우 외국인이 국내 자본시장에서 돈을 빼는 등 외화자금 유출이 우려된다.
실제 올해 들어 거주자의 달러화 예금 잔액은 기업의 수입대금 결제, 해외 직접투자 등으로 3달 사이 110억달러 이상 감소했다. 5월 초까지 기업의 배당금 지급 기간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외화가 더 크게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채권시장에서 CD 금리(91일물)를 포함한 단기 금리가 기준금리를 하회하는 등 '통화긴축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라는 평가 또한 한은 금통위가 추가 인상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 나오는 이유다.
대출 규제 완화 흐름 속에 가계부채가 다시 꿈틀거리는 것도 문제다. 잇따른 고금리로 가계부채가 양적으로 축소되는 추세였지만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모기지 취급이 늘어나면서 지난 3월말 기준 주택담보대출잔액은 전월대비 2조3000억원 늘어난 800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월 은행권의 주담대가 9년 1개월 만에 뒷걸음친 이후 한 달새 증가세로 전환한 것이다. 한은이 가계부채 양적, 질적 개선을 계속해서 강조해온 점 등을 감안하면 가계부채 감소폭이 둔화된 것도 금통위 결정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동결 요인도 작지 않다. 근원물가상승률의 둔화세가 더디지만 4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 기대인플션율이 3.7%로 재차 하락했기 때문이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대한 소비자들의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대비 0.2%p 하락해 연속으로 3%대를 기록했다. 수출과 내수가 모두 회복이 늦어져 경제 침체가 우려되는 점도 동결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올해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대비 0.3% 성장하는데 그쳐 1%대 저성장이 고착화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경상수지 2개월 연속 적자 등 경기부진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리스크 등 금융불안을 고려할 때 동결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6월에는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가 없어 이달 금통위가 상반기 마지막 기준금리 결정 회의라는 점도 한은의 고심을 깊게 만들고 있다. 금통위원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달 11일 금통위에서 7명 중 5명의 금통위원은 향후 3개월 내 금리를 3.75%까지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장용성, 박춘섭 금통위원이 최근 새로 합류해 최종금리 전망을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채권시장 한 전문가는 "시장에서 연내 금리인하 기대감이 존재하지만 5월에는 한차례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라면서 "현재까진 동결을 점치는 분위기가 우세하지만 금통위원 교체가 이뤄졌고 매파 목소리가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