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실적 회복이 간절한 국내 카드사들이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일상이 회복되면서 신용카드 이용실적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익성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내수 회복세에 카드 승인 금액은 늘었지만 정작 카드사들이 받아 든 성적표는 초라하다.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 4곳과 유일한 상장사인 삼성카드 모두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순익 감소의 주요인은 고금리다. 한국은행의 연이은 금리 인상과 맞물려 카드사 주요 자금 조달 경로인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금리가 치솟았다. 예금과 같이 고객의 자금을 맡아 운용하는 수신 기능이 없어 필요 자금의 70%가량을 여전채로 조달하는 카드사로선 영업 비용 증가가 불가피했다.
14일 여신업계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우리·하나카드 등 5곳의 지난 1분기 당기 순이익은 4604억원으로 전년 동기(5962억원)대비 23%(1358억원) 감소했다.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인 건 하나카드다. 하나카드의 1분기 당기 순이익은 202억원으로 전년 동기(546억원)보다 63% 줄었다. 다음으로 우리카드가 460억원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4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업계 상위권인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도 9%대 역성장을 기록했다.
지난 1분기 전반적인 카드사들의 매출 지표는 양호했다. 여신금융협회가 발표한 '2023년 1분기 카드 승인실적 분석'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체 카드 승인 금액은 277조5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1.5% 늘었다. 승인 건수는 총 63억7000만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9% 증가했다.
매출이 증가했음에도 카드사들이 역성장을 못 막은건 기준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기준금리는 연초 0.25% 수준에서 연말 4.75%까지 올랐다. 1년 새 4.50%포인트(p)가 오른 것이다. 한국은행 역시 지난해 1월 1.25%에서 올 초 3.50%까지 기준금리를 급히 끌어올려야만 했다.
기준금리가 상승하면서 채권 시장이 요동치기 시작했고, 지난해 10월에는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까지 터지며 조달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카드사들의 주머니 사정이 급격히 악화됐던 배경이 되기도 했다.
특히 카드사들은 은행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자금을 여전채로 조달한다. 여전채 금리가 뛰면 고스란히 그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연초 2.420%였던 여전채(AA+) 3년물 금리는 10월 말 5.965%까지 오른 뒤 11월 7일엔 6.088%로 치솟았다.
기준금리 인상은 연체율 급증으로도 이어졌다. 고금리 속 카드사들의 연체율이 1%에 육박하며 최근 3년새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신한·KB국민·하나·우리카드 등 국내 금융지주계열 카드사의 평균 연체율은 1.26%로 지난해 말보다 0.23%포인트(p) 상승했다.
연체율 증가에 따라 카드사들의 대손비용 적립액 규모도 커지면서 당기순이익을 깎아먹는 주된 원인이 됐다. 각 사의 실적 발표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우리·하나카드 등 5곳의 1분기 대손비용은 7665억원으로 1년 전(4607억원)과 비교해 66.38%(3058억원) 증가했다.
특히 하나카드의 올해 1분기 대손비용은 1047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161.75%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카드 역시 같은 기간 1030억원에서 1896억원으로 84.08% 높게 잡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취약차주들의 채무상환능력 저하로 인한 수익성 악화, 경기침체 영향 등 부실 규모에 대한 비용부담이 크다”면서도 “이를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당초 계획보다 더 많이 쌓는 등 부실 흡수 능력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침체 등으로 지난 1분기에 연체율이 튀어 오른 만큼, 2분기에도 실적 회복이 어려울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상 전망에 따라 카드사 대손비용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업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며 "자금 조달 비용 부담으로 성장보다 내실을 다지는 위험 관리에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올해 소비가 회복되면서 카드사들의 전반적인 영업 지표는 양호한 편"이라며 "그런데도 당기순이익이 낮아진 이유는 조달 비용 상승에 더해 연체율 상승으로 인한 대손비용 규모가 커진 탓"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