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도 낮은 중기 회사채 발행도 막혀...자금조달 비상
중기 40%가 이자 5%대에 허덕...하반기 자금경색 우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대출금리는 여전히 5%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데다 돈줄은 마르고 있다. 채권시장이 다시 활기를 띄며 자금시장 경색이 풀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대기업에 해당되는 얘기다. 중소기업은 대부분 은행 대출에 의존하는데 자금경색과 대출 부실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기준 예금은행 신규취급액 기준 중소기업대출의 42.8%가 5%대 금리를 적용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5%대 금리를 적용받는 중소기업대출 비중이 23.6%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 중소기업대출 66.4%가 4.5~6%미만의 이자를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도 마찬가지긴 하다. 대기업대출의 44.5%가 5%대 금리로, 전체 76.4%가 4.5~6%미만 금리로 취급됐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3월 예금은행 대기업대출금리는 5.19%, 중소기업대출금리는 5.28%로 전월에 비해 각각 0.05%포인트, 0.17%포인트 내렸다. 자금경색 여파로 대출금리가 크게 올랐던 지난해 12월(5.32%, 5.76%) 보다는 많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5%대 수준이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대기업은 회사채 시장 안정세로 자금조달 사정이 나아졌다. 반면 자금조달 대부분을 은행 대출에 매달려야 하는 중소기업은 막막한 상황이다. 특히 최근 주요 은행들이 연체율 등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기업대출을 늘리고 중소기업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어 추가 자금조달 창구를 만들어줘야한다는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도 회사채 발행이 원칙적으로는 가능하긴 하지만 신용도가 낮아 현재 시장에서 받아주는 경우는 사실상 전무하다”면서 “회사채 시장은 신용도가 굉장히 높은 기업들만의 자금조달 수단인데 중소기업은 채권 발행이 거의 막혀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중소기업들도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경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지적들이 나오지만, 투자 수요가 거의 없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신용보증기금이 보증해 발행하는 P-CBO말고는 사실상 방법이 없다. 그나마 신용보증기금의 발행채도 금리가 뛰고 있다.
신보가 보증하는 P-CBO는 신용도가 낮아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기업들을 모아 낮은 이율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최근 하향 안정화됐던 P-CBO 금리가 다시 오르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규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한 ‘신보2023제5차’ 선순위(1193억원) 금리는 3.916%로 전번(3.842%)보다 소폭 상승했다.
한편 국내 은행권이 중소기업대출 연체율도 상승하고 있다. 코로나19 만기연장·상환유예가 9월부터 종료되면서 숨은 부실이 터질 거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720조778억원으로 전월보다 5조4030억원이 늘었다. 1년 전보다는 60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문제는 건전성이다. 경기 둔화가 계속되는 가운데 연체율이 오르고 있어 부실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월 말 은행권 연체율은 0.36%로 2020년 8월 이후 2년 반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47%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0.08%포인트 상승했다.
게다가 기업대출은 변동금리 비중이 크다. 한은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의 약 67%는 변동금리가 적용된다. 최근 대출금리는 5%대로 3월 신규 취급 기준 기업대출 평균 금리는 5.25%다. 1년 전(3.39%)보다 1.86%포인트가 뛰었다.
코로나 이후 상환을 미뤄준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 잔액이 37조원에 달한다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이 대출 만기를 연장하거나 원금 상환을 유예한 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우리은행 이달 3일 기준) 36조6206억원으로 집계됐다. 만기가 연장된 대출 잔액은 34조8134억원, 원금 상환과 이자 납입이 미뤄진 규모는 각각 1조5309억원, 2761억원이다.
이에 9월부터 코로나 금융지원이 종료되면 중소기업 대출 부실이 터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는데 이는 코로나 대출 유예가 포함되지 않은 것"이라며 "향후 만기연장·상환유예가 종료되면 연체율이 더 오르는 등 부실이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