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안광석 기자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똑똑하다는 것은 국내에서 모르는 이가 없다.
학력고사 수석도 모자라 그 어렵다는 서울대학교 법대 문턱과 사법시험까지 수석으로 넘었다. 이만 해도 국내에서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진데, 깔끔한 외모에 심지어 달변가이기도 하다. 오죽했으면 정가에서 “원 의원과는 토론회 나가지 말라”는 얘기까지 나왔었을까. 바둑이나 축구, 게임 등에도 일가견이 있다. 뭐든 다 잘한다는 소위 ‘엄친아’로서의 요건은 다 갖춘 셈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정파적 이념이나 위치를 떠나 할 말은 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사무총장이자 당내 소장파 의원 시절 고위 공직 후보자들의 위장 전입이 논란이 되자 공식석상에서 “처벌대상”이라고 했다. 당시 한나라당이 집권여당이었음을 감안하면 보는 사람조차 살이 떨릴 지경이다. 기자들도 지켜보는데 기라성 같은 선배 의원들 앞에서 “당에 돈이 없습니다. 당비 좀 내십시오”라고 당차게 요구하던 모습도 필자의 뇌리에 깊게 박혀 있다. 그래서일까. 최근 “전세제도 수명이 다 한 것 같다”는 발언. 쉽게 변하지 않는 인간의 천성을 감안하면 “기자들과 전세사기 같은 민감한 현안을 주고받다 보면 원 장관이 맥락상 그런 얘기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국토교통부 장관으로서의 발언임을 감안한다면 역시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전세제도는 일종의 불쏘시개다. 오랜 기간 서민의 주거사다리 역할을 해왔을 뿐 아니라, 지금도 당장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젊은층의 수요는 건재하다. 또한 전세는 거주보다는 금융상품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월세랑은 다르다. 수술대에 올려놓으려면 세금이나 대출금리 관련 정책도 건드려야 한다는 의미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