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시장경제가 그렇게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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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시장경제가 그렇게 어려운가?
  • 안광석 기자
  • 승인 2023.05.31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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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석 건설사회부장
안광석 건설사회부장

매일일보 = 안광석 기자  |  A와 B라는 20년지기 두 사람이 있다.

하루는 A가 저녁에 술 한 잔 대접하겠다며 B를 모 식당으로 초대한다. B는 평소에도 왕래가 잦았던 터라 별생각 없이 응한다.
한잔 두잔 주거니 받거니 하다 소속된 보험회사에서 실적 압박에 시달려온 A가 B에 제안한다. “친구야 내가 정말 좋은 상품을 아는데 가입 한 번 하자” 그렇지 않아도 보험 하나는 들어야지 생각해온 B는 상품 설명과 액수를 듣고 고민하더니 결국 거절한다. 타사 대비 혜택은 큰 차이가 없는데 매달 보험료가 만만치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A는 당장 내색은 하지 않았으나, B에게 빈정이 상해 결국 서로 왕래는 뜸해졌다. 20년 의가 상한 데는 과연 누구 잘못이 클까. 사회학적으로 해석은 다양할 수 있다. “B가 무정하다” “A의 속이 좁아터졌다” “뭘 그런 것으로 친구간 의가 상하느냐” 등의 해석들이 사회학적 결론이다. 시장경제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결론적으로 그 누구에게도 잘못은 없다. B가 A와 술자리를 하고 속사정을 주고받은 것은 오랜 친구로서의 정리다. 하지만 B가 보험약관을 읽고 거절한 정황과 그 과정에서 오간 심리의 흐름 자체는 하나의 소(小) 시장이다. 그 순간만큼은 20년 지기가 아닌 수요자와 공급자가 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20년 지기 A와 B에서조차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시장경제 하 수요·공급 법칙을 모두 무시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 대부분의 부동산 투자를 투기라는 범주에 넣고 인기지역 대부분을 투기규제지역으로 묶었다. 높은 집값을 인위적으로 낮추겠다며 대출과 세금규제도 대폭 강화했다. 강남 같은 부동산 인기 지역 공급이 충분하면 어느 정도 수요를 억제해도 집값에는 큰 영향이 없겠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당시 정부는 이미 공급은 충분하다며 신규택지를 풀지 않았다. 그러면서 대출은 막았으니 집값이 폭등하는 것은 당연지사. 오죽했으면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한강을 메워서 택지로 공급해야 한다’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부동산은 수요와 공급이다. 그리고 수요와 공급은 심리가 움직인다. ‘한국은 결국 부동산’ ‘좀 더 좋은 집에서 살고 싶다’ ‘강남에 가고 싶다’는 한국사람들의 기본심리를 무시한 결과다. 방향은 다르지만 윤석열 정부에서도 비슷한 기운이 감지된다. 전 정부 부동산 정책 실정을 부각해서 집권한 정부답게 규제완화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고금리가 이어지는 정황상 그런 틀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4월 푼 전매제한 규제가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실거주 의무까지 폐지하려 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좋은데 문제는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사람들의 내 집 마련을 향한 집착은 생각보다 강하다. 실거주 의무가 있더라도 세대분리나 위장전입 등 꼼수는 성행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소한의 안전장치 없이 무작정 규제완화를 하겠다는 것은 집값대란이나 전세사기 피해를 언젠가 재연하겠다는 소리로 밖에 안 들린다. 한 술 더 떠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세사기 피해가 크다는 이유로 전세 폐지까지 언급했다.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현금부자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수요가 전세 사다리를 거칠 수밖에 없는 서민들인데?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다. 수요와 공급 추이를 읽는 것은 부동산 뿐만 아니라 모든 정책의 기본 중에도 기본이다. 선거철 때 말고 평소 동네 시장을 둘러봐도, 하다 못해 이웃과 대화를 나눠봐도 결론은 나오게 돼 있다. 책으로만 읽었는지, 다른 세계에서 살아와서 그런지, 어떤 성향의 정부든 높으신 분들의 사고방식은 이해할 수 없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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