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 4개월 연속 상승
연체율도 꾸준히 올라...당국 상환유예 연장 딜레마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대출 상환유예 조치의 종료가 다가오는 가운데 자영업자의 눈덩이 채무가 뇌관이 되고 있다.
이같은 금융지원 종료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차주가 늘어날 경우 부실폭탄이 한꺼번에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금융당국은 상환유예 조치 종료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는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는 소상공인 등을 지원하기 위해 2020년 4월 처음 시행됐고, 다섯 번의 연장이 이어진 끝에 오는 9월 종료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9월 다섯 번째 연장 결정 당시 대출은 금융권 자율협약으로 최장 3년까지 연장될 수 있도록 했지만 상환유예는 올해 9월을 끝으로 지원을 종료하기로 했다. 따라서 10월부터 기존 대출에 대한 정상 상환이 시작될 예정이다. 정부가 코로나19 엔데믹을 선언한 만큼 추가 연장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자영업자들의 대출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1019조8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다중채무자(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의 대출 잔액이 720조3000억원에 달했다. 은행 대출길이 막히자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카드사·캐피탈사), 대부업 등 고금리 대출을 취급하는 금융권을 적극 이용한 결과다. 다중채무자들은 한 번 연체에 빠지면 연쇄부실을 일으킬 위험이 높다.
특히 평균 대출 금리가 5%에 육박한 고금리 상황 속에서도 빚을 늘려가는 자영업자가 크게 늘고 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지난 5월 말 315조753억원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 △2월 +5292억원 △3월 +4568억원 △4월 +5849억원에 이은 4개월 연속 증가세다. 기존 대출을 갚기보다 새로 받으려는 수요가 더 많았다는 뜻이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고 지난해 9월 다음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앞서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은행권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대면 경제·소비 시장 위축으로 자금난을 겪는 자영업자가 많아지면서다. 코로나19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이어진 점도 한 몫 했다.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가 오는 9월 만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자영업자의 상환 능력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경기가 예상보다 더디게 회복되는 상황에서 자영업자 부채는 나날이 늘어간다. 더욱이 금리 상승세가 둔화하며 전반적인 대출금리가 낮아지고 있지만 개인사업자는 여전히 5%에 육박한 고금리를 감당하고 있다.
실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보증서담보대출 평균금리는 지난 4월 4.96%였다. 최근 3개월치를 살펴봤을 때 지난 2월(5.09%)에 비해 낮아졌지만 감소 폭이 크지 않다. 금융채 등 준거금리가 지난 2월 3.80%에서 4월 3.60%로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려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자영업자 연체율은 'U자 커브'를 그리며 급격히 오르는 모양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4분기 0.33%였던 자영업자 차주 연체율은 지난 2021년 2·4분기 0.18%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지난해 3·4분기 0.19%로 오른 데 이어 4·4분기에는 0.26%까지 올랐다.
여기에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기준 중소기업·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 평균은 0.35%로 1년 전에 비해 0.12%p 상승했다. 코로나19 금융지원으로 잠재됐던 부실이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당국은 전 금융권 연체율이 아직까지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양호한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대책마련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25일 금융업권 및 민간 전문가와 '가계대출 동향 및 건전성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건전성 관리 방안을 논의했다. 금감원은 "당분간은 연체율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안전성을 위협할 정도의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금융업권의 신용손실 확대 가능성에 대비한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지속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 금융지원의 추가 연장이 필요하다고 요구한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소상공인은 아직 대출 상환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매출과 수익이 회복되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본격적인 원금 상환을 압박하는 것은 '불쏘시개를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들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