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정상화 과정 속 "3분기부터 실적 턴어라운드 본격화"
하반기 코스피 상단 3000선 제시도..."상고하고 실현 가능"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하반기 코스피 지수가 3000선에 근접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연초 2200선에서 장을 열었던 코스피 지수는 소폭이지만 우상향하며 현재 2600선까지 근접한 상황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은 지수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되겠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바닥을 다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코스피 지수가 하반기에 본격적인 상승 그래프를 그릴 것으로 보고 있다.
29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코스피지수 전망치를 2900으로 상향했다.
모건스탠리는 한국 증시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서 "한국 증시의 대형 기술주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향후 1년간 코스피 전망치를 2750에서 2900으로 올린다"고 밝혔다.
이어 "코스피는 올해 들어 18% 상승해 아시아 증시 가운데 상승률 상위권이었지만, 기술주와 2차전지 중심으로 상승 종목이 제한됐다"며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가 상승 궤도에 진입했다. 주로 첨단기술 업종이 주도하고 있고, 2차전지와 헬스케어 등이 뒤를 잇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건스탠리는 "코스피는 올해 3·4분기에 향후 1년 전망치인 2900 부근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코스피가 추가로 상승해 3000선을 넘기 위해서는 미국에서 공급 측면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고, 중국이 보다 균형 잡힌 회복세를 보이는 등 거시적 흐름 변화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들도 하반기 증시 상승 요인으로 국내 기업 실적의 턴어라운드를 꼽고 있다. 대부분 기업이 상반기 ‘실적 쇼크’를 기록하며 바닥을 확인한 만큼 하반기 들어서는 실적이 반등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3분기 중 국내 기업 실적의 저점을 통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핵심 동력은 반도체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난 1분기 4조원대 적자를 냈던 삼성전자가 반도체 업황 회복에 따라 이르면 2분기에 흑자로 전환한 후 3분기에는 다시 3조원대 이익을 낼 것으로 추정했다.
14일 에프앤가이드가 실적 추정기관 3곳 이상인 상장사 256개를 대상으로 취합한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총 35조176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62조1112억원)과 비교하면 43.4% 감소한 수치다. 지난 1분기에 비해서는 하락폭이 소폭 줄었지만, 결국 상반기 내내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양새다.
이 가운데 지난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상장사 영업이익 1위에 올랐던 현대차는 2분기에도 최고의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2분기 매출 추정치는 39조9340억원, 영업이익 추정치는 3조6089억원이다. 지난해 2분기보다 각각 10.9%, 21.1% 늘어난 규모다. 분기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실적이었던 지난 1분기(매출 37조7787억원, 영업이익 3조5927억원)보다도 웃도는 수준으로, 자체 실적 기록을 또다시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기아도 2분기 매출 25조5224억원, 영업이익 2조980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상반기 통합해 호실적 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 1분기 4조원대 손실을 냈던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2190억원이다. 아직 2분기 마감까지는 시일이 남은 만큼 실제로 흑자 전환할 것으로 확신하기는 다소 이른 시점이다. 다만 1분기 적자 규모에 비해서는 상당폭 회복할 것이란 전망은 유효하다. 나아가 3분기부터는 다시 가파르게 회복해 내년에는 정상 궤도에 오를 것으로 봤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2분기 D램 출하량이 전분기 대비 20% 증가할 것으로 추정돼 재고 감소가 시작됐고, 감산 효과에 따른 메모리반도체 수급 개선 영향으로 4분기부터 가격이 상승 전환할 것"이라며 "9월부터 인공지능(AI) 서버용 메모리 HBM3의 대량 양산 시작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4분기부터 AI 서버 시장의 본격 진입과 파운드리 사업 가치를 고려하면 삼성전자 주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실적 회복에 삼성전자보다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분기 3조4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도 3조2196억원의 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3분기까지 2조4270억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등 올해 연간 9조원에 이르는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실적 급반전에 힘입어 국내 상장사들의 3분기 실적 전망은 밝다. 에프앤가이드가 현재까지 취합한 상장사들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총 45조9329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3분기 실적(44조6920억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 비중 확대를 고려하는 투자자라면 이르면 6월 중순과 3분기에 걸쳐 나타날 수 있는 변동성 국면을 활용해야 한다"며 "코스피 전체 이익 증가율은 2분기를 저점으로 3분기부터 턴어라운드에 나설 것이며, 하반기는 이들 업종과 종목에 주목할 적기"라고 조언했다. 이어 "올해와 내년 이익 전망을 따른다면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IT를 핵심으로 두고 유틸리티·조선·화학에서 초과수익을 노리는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