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 MBTI 이전에는 사람을 문과·이과로 구분하고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예컨데, 윤동주 시인의 글에 나타난 “바람”을 ‘공기의 흐름’으로 이해하면 이과, 시대적 배경을 미루어 ‘이루어지길 바라는 소망’으로 바라본다면 문과다. 인간의 성향을 이해하고자 하는 방법론이 확산하는 것은 큰 맥락에서 예나 지금이나 차이가 없다. 결국 각자의 기준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이들에 대한 관심과 포용하고자 하는 태도이다.
한편, ‘시대정신’은 역사의 변곡점에서 나타났다. 시대가 가장 불안정할 때 시대정신이 정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청년층이었다. 자유, 민주, 정의, 공정 등을 사회에 던지고, 불의에 맞서거나 구조적 문제를 공론화했다. 하지만, 현대의 시대정신은 실종된지 오래다. 사회가 그만큼 안정됐다는 뜻이 아니라, 불안정한 사회를 표현하는 방법에 있어서 청년의 이해와 괴리된, 단어는 같지만 다른 개념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자유’와 ‘민주’는 광복 후부터 현대까지 한국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위치한 가장 큰 정치 아젠다임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상황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단어로 다른 개념을 떠올리고 있다. 자유는 이사야 벌린이 주창한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 최근 스키너와 페팃의 비지배적 자유까지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정치권에서 이야기하는 ‘자유’를 보면 시장주의, 성과주의, 반공에 한정되어 있다. 민주도 마찬가지다. ‘Democracy(민주주의)’의 Demos를 민중으로 해석할 것인지, 다수로 해석할 것인지에 따라 민주통치와 다수결주의로 해석될 수 있다. 나아가 어원적 해석에서 확장되어 서구에서 쌓여온 민주주의가 겪어온 방대한 역사는 국내 정치역사적 상황으로 인해 압축되어 반영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자유’와 ‘민주’는 이와 같이 축소된 개념을 고집해오면서, 바뀌어온 시대적 배경을 반영하지 못했고 시대정신으로서 지위를 잃고 말았다. 최근 등장한 ‘공정(公平)’은 그 양상이 조금 다르다. 먼저, 공(公)적인 것의 이해가 촉발됐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지난 달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민주주의 프로그램에서,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자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며 시대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참가한 청소년들은 ‘흡연구역을 없애자’는 주장에 대해 3가지 원칙을 만들어 냈다. 먼저 ‘법대로’ 해야 한다. 어떤 한 사람(독재자)이 결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리고 ‘다수결’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한다. 대표를 뽑는 일도, 의사결정을 하는 일도 결정하는 데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충분히 ‘토론’ 해야 한다. 소수 의견도 반영해야 하고, 나아가 배척되지 않게 해야한다. 결국 흡연구역을 없애기 보단, 비흡연자가 피해받지 않도록 일정 장소에 유지하는 것이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필자는 이러한 생각이 신공화주의라고 보았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법치주의와 숙의를 통한 의사결정을 나란히 놓고 그 중심에 공(公)적인 것을 함께(共) 이야기하는 것이 멀지 않은 시대정신으로 발현될 것이라고 내다본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