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닫은 민간·정부...수출기업들 "내년 돼야 회복"
물가는 다시 3%대...정부 낙관한 '상저하고' 멀어져
물가는 다시 3%대...정부 낙관한 '상저하고' 멀어져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우리 경제가 2분기 가까스로 0.6% 성장했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든 ‘불황형 성장’이다. 고금리에 따른 이자부담 등으로 1분기 성장을 밀어올린 민간소비는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정부가 재정 지출을 줄이면서 정부소비 성장률은 외환위기 직전이던 1997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민간과 정부 모두 지갑을 닫고 있다는 얘기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지난달 물가마저 석달만에 3%대로 오른 것으로 집계되면서, 소비는 더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제유가가 고개를 들면 하반기 물가 부담도 더 커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수출입교역조건도 낙관적이지 않다. 2분기 우리 경제가 역성장을 피하긴 했지만, 국민총소득(GNI)는 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하반기 경제 성적도 낮아질 것으로 우려되는 이유다. 한국은행은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잠정치·전분기 대비)이 0.6%로 집계됐다고 25일 발표했다. 앞서 7월 25일 발표된 속보치와 같다. 1분기(0.3%)에 이어 2분기까지 연속 플러스(+) 성장이지만, 부문별로 살펴보면 내용이 심상치 않다. 설비투자를 제외한 모든 부문이 뒷걸음질 쳤다. 1분기 성장 반등을 이끈 민간소비가 0.1% 감소했고, 정부소비도 2.1%가 줄었다. 이 같은 정부소비 성장률은 1997년 1분기(-2.3%) 이후 최저치다. 건설투자도 토목건설 부진 등으로 0.8% 축소했다. 설비투자는 운송장비 감소에도 기계류가 늘며 전체적으로 0.5% 증가했다. 민간과 정부 모두 소비가 부진했는데도 GDP가 성장한 것은 순수출 증가 덕이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면서 나타난 것이다. 실제 2분기 수출은 반도체, 자동차 등이 늘었으나 석유제품 등이 줄면서 0.9% 감소했다. 수입은 원유, 천연가스 등을 중심으로 3.7% 감소했다. 이에 따라 성장기여도를 살펴보면, 순수출(1.4%포인트)와 설비투자(0.1%포인트)를 제외하고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사실상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든 것 말고는 성장을 밀어올릴 부문이 없다는 얘기다. 특히 2분기 실질 GNI는 실질 GDP 성장에도 불구하고 실질 국외순수취요소소득(14조9000억→10조3000억원)이 줄고 교역조건 악화로 실질무역손실(-32조2000억→-34조원)이 확대돼 전분기보다 0.7%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2분기(-0.9%) 이후 1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최정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올해 1월 시행된 해외 자회사 배당금 입금 영향으로 1분기 명목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데 따른 기저효과”라며 “교역조건 악화는 수출품 가격보다 수입품 가격이 더 상승한 영향이다. 원유 가격에 비해 반도체 가격이 더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