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5개사 연체율 1.26→3.96%…NPL비율 1.87→4.15%
한신평 “수익성·건전성 저하로 유동성 위기 모니터링 필요해”
매일일보 = 김경렬 기자 | 저축은행이 9월 위기설의 중심에 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 급격히 오르면서 연체율이 오르고 손실로 추정되는 대출자산 비중은 늘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금리 상승이 계속되면서 차주들의 주머니 사정이 위축됐고, 건물의 미분양이 증가해 부동산 사업장의 사정도 녹록치 않았다. 업계에서는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유동성 위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0일 저축은행 자산기준 상위 5개사(SBI·OK·웰컴·페퍼·한국투자저축은행) 2분기 경영공시를 취합한 결과 6월 말 기준 이들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평균 3.96%로 지난해 같은 기간(1.26%)의 3배 이상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부동산 PF 평균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비율은 1.87%에서 4.15%로 2.28%p, 2.21배 올랐다.
OK저축은행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지난해 2분기 3.65%에서 올해 8.35%로 4.7%p 상승하면서 상위 5개사 중 가장 높았다. OK저축은행의 부동산PF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같은 기간 4.21%에서 9.48%로 5.27%p 상승했다. 요주의여신(1∼3개월 연체)비율은 46.29%에서 66.77%로 20.48%p 올랐다.
페퍼저축은행의 부동산PF 연체율은 작년 2분기 0%에서 올해 2분기 4.35%로 뛰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에서 1.59%로, 요주의여신비율은 18.69%에서 54.9%로 각각 1.59%p, 36.21%p 상승했다.
6월 말 기준 웰컴저축은행의 부동산PF 연체율은 3.68%로 지난해 동기(0.01%)보다 대폭 상승했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비율과 요주의여신비율은 각각 2.96%p(1.74%→4.7%), 39.01%p(16.05%→55.07%) 뛰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의 2분기 부동산PF 연체율은 3.2%로 지난해 동기(1.32%)보다 1.88%p 높아졌다.
SBI저축은행은 1.3%에서 0.24%로 1.06%p 하락해 5개사 중 유일하게 내림세를 보였다.
저축은행과 금융당국은 하반기 금융시장 안정에 우선순위를 두고 힘을 모으고 있다. 부동산 PF 부실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다.
앞서 지난 2월 금융당국은 부동산금융 연착륙을 지원하기 위해 ‘PF 대주단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협약에 따라 대주단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할 경우 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4분의 3 이상이 동의하면 추가 자금지원이나 이자 유예 등 채무조정을 할 수 있다.
‘저축은행 PF 자율협약’을 통해서는 업종별 여신한도 준수 의무와 차주(돈 빌리는 사람)의 자기자본 20% 조달 의무화를 한시적으로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6월 말 기준 전체 금융권 91개 사업장에서 협약이 체결됐는데 저축은행 업권에서는 브릿지론 32개, 본PF 14개 사업장에 대해 협약이 적용된 상태다.
금융당국은 수신(예·적금)경쟁, 부동산 PF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해 저축은행업권에 대해 올해 말까지 예대율(여신액/수신액) 완화(100% 이하→110% 이하) 조치도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대출 부실을 막기 위해 대주단협약 등 지원책을 마련했지만 분양 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효과를 두고 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저금리 시절 연 5∼6%에 불과하던 대출금리가 만기 연장 시 9∼11%로 상승하면서 차주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2회 이상 만기 연장한 사업장 수가 증가하면서 사업성 저하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달 발간한 ‘저축은행업 피어(peer) 리포트’에서 “대주단 협약이 적용되는 사업장은 정상화 가능성이 큰 사업장에 한정된다. 다수 사업장은 협약을 적용받기 쉽지 않고 부동산 분양 시장이 침체한 점을 고려하면 협약 효과는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계속되는 최고금리 인하로 개인대출의 수익성이 하락 중이다. 충당금 적립률 강화 정책, 지방 경기침체에 따른 대손비용 증가의 영향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수익성이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신평은 특히 지방에 거점을 둔 저축은행의 건전성 저하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신평은 “소형 저축은행은 지방을 거점으로 둔 업체들이 많아 지방 경기침체로 건전성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지역별·차주별 포트폴리오 분산이 어려워 일부 부실 발생에도 바르게 펀더멘털이 저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한신평은 저축은행업권이 우수한 자기자본으로 위기 대응 능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신평은 “주요 규제비율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과거 대비 우수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갑작스러운 부실 발생에도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며 “실물 경기침체가 고정이하여신, 연체여신 증가로 전이될 위험이 높은 만큼 건전성 지표 위주의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