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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따라 투자를 진행하는 방식이나 트렌드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최근 스타트업 투자 분야에 있어 초기 단계(Early stage) 투자가 주목받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달 10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발표한 투자 현황을 살펴보면 ‘초기 단계’ 스타트업 투자 선호도가 높아진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 누적 스타트업 투자 건수는 583건으로 지난해 상반기 977건에 비해 40.3% 줄었다. 그러나 풍부한 유동성과 ‘제2의 벤처붐’ 시기로 일컬어지던 2021년 상반기(512건)와 비교하면 오히려 13.9%나 많은 투자 건수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벤처캐피털(VC)이나 대기업들이 기업가치를 다시 산정하며 추가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시리즈B 이상 중·후기 기업 대신 초기 단계(Early stage: 창업 후 초기 투자가 필요한 상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초기 단계 투자는 시리즈A, B 단계로, 창업 후 아이디어를 발전시켜가며 성장을 위한 자본이 필요한 기업들을 뜻한다. 이 경우 산업의 성장성, 창업자의 이력, 기업 방향성 등 전망을 보고 투자를 집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 필자가 다니는 70년 역사의 회사 역시 급변하는 환경 속 지속 가능한 미래 기반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국내∙외 다양한 스타트업의 초기 단계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모색하고 협력 방안을 찾기도 하며, 산업 성장 가능성에 따라 필요 시 인수합병(M&A)으로 연결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든 셈이다. 물론 단순한 투자를 집행해 재무적 성과 창출만을 추진하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대기업 관점에서 스타트업 투자는새로운 산업을 접하는 하나의 통로라는 점에서 상당히 긍정적인 입장이다. 과거 어느 시기와 비교해도 불확실성이 커진 경영환경 속에서 투자를 통해 관심 비즈니스를 효과적으로 탐색할 수 있다. 이는 결국 사업 접목으로 이어질 수 있고, 스타트업으로서는 기업과 협력하면서 성과를 만드는 기회가 되는 셈이기에 상호 윈윈이다.
성장을 꿈꾸는 스타트업에게 초기 단계 투자 유치는 꿈과 같다. 만약 누군가가 어떤 기업명을 들어본 경우라면 해당 기업은 이미 투자를 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만큼 사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사업의 시작을 선포한 뒤 단 한 번의 투자도 받지 못하고 실패라는 결과에 놓이는 경우가 많으며, 성장성을 입증해 투자를 받은 기업들 중에서도 아주 극소수만이 우리 모두에게 친숙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사)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의 초기 단계 투자 유치란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실제 비즈니스를 꿈꾸게 하는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물론 모든 투자는 성과 혹은 손실이라는 결과를 낳는다. 또한 초기 단계의 기업인 만큼 실제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기업인지 옥석을 가리는 작업도 충분히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투자 환경이 다소 침체를 맞은 상황 속에서도 스타트업 초기 단계 부터의 대한 관심과 협력, 그리고 투자가 원활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