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국내 증권사들의 3분기 실적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주요 증권사가 금리 상승 여파로 시장 전망을 하회하는 성적표를 내놓을 전망이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2007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르면서 주요 수익원인 채권 트레이딩 수익을 끌어내린 것이 뼈아프다.
여기에 부동산 투자 관련 이슈도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보유자산의 평가가치가 손실로 돌아섰을 뿐 아니라 부동산 위기에 대비한 충당금 적립 부담도 커진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등 5대 대형 증권사 3분기 당기순이익은 8097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 대비 52.5% 증가한 수치지만 올 2분기와 비교해서는 2.3% 뒷걸음친 것이다.
당초 증권업계는 7~8월 거래대금이 늘어나고 차액결제거래(CFD)발 반대매매 관련 충당금 부담이 사라지면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금리가 이런 기대를 무너뜨렸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8월 말을 기점으로 가파른 상승곡선을 나타내면서 채권 운용 평가손실이 커졌다. 2분기 말 3.8% 수준이었던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7월 말 4%선을 돌파했다. 이후 4.2%선에 머무르다 8월 말부터 다시 상승세를 타 9월 말에는 4.6%선까지 뛰었다. 3개월 새 1.2%포인트나 오른 셈이다. 견조한 미국 고용지표가 고금리 장기화 우려를 부추겼고 7월 말 미국 정부의 국채 발행 확대가 결정타로 작용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3분기 국채 3년물 수익률은 분기 초 3.613%에서 분기 말 3.884%로 27.1bp(1bp=0.01%포인트) 상승했다. 회사채(무보증 3년)AA-등급 수익률 역시 4.421%에서 4.658%로 23.7bp 뛰었다.
채권 수익률(채권금리)이 오르면서 채권가격은 떨어져 채권 200조원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증권사 실적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리스크도 실적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특히 해외부동산을 중심으로 만만찮은 평가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 2018~2019년 당시 해외부동산 투자에 공격적으로 뛰어든 국내 증권사들은 최근 미국, 유럽 등 대도시 공실률 상승으로 자산가격이 급락하면서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더욱이 변제순위가 낮은 후순위(메자닌) 형태로 들어간 경우가 많아 손실 가능성도 클 것으로 보인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요주의 이하 등급이라는 것은 이미 연체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향후 투자 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