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2조원 상생 확정에도 "이게 끝이 아닐수도"
지배구조 간섭도 본격화..."자율적인 개선 보장해야"
지배구조 간섭도 본격화..."자율적인 개선 보장해야"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1년 내내 '관치'에 시달린 금융권이 곡소리를 내고 있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못이겨 은행권이 수조원대의 상생금융을 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는데, 그게 끝이 아니다.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개선에도 당국의 입김이 작용하며 민간 금융사의 인사 개입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권은 총 2조원+알파(α) 규모의 상생금융을 시행하기로 했다. 1조6000억원 규모의 개인사업자 이자환급(캐시백)과 4000억원 규모의 자율 프로그램이다. 고금리에 편승해 은행들이 '돈잔치'를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판과 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이 답을 내놓은 것이다. 전 세계적 고금리로 경제 전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은행들의 이번 상생금융 방안은 차주 187만명이 1인당 평균 85만원을 돌려받을 것이라고 하니 적지 않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조원 규모 지원방안은 금융당국의 주문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애초 1조원 정도의 상생방안이 예상됐지만 두배로 커진 것이다. 은행과 돈을 빌린 차주 사이에서 어느 선이 적정한지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우리는 당기순이익의 10%가량을 은행들이 내놓은 것은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일각에선 고금리 시대가 돌아올때마다 당국이 개입해 상생안을 내놓으라고 은행 손목을 비트는 일을 반복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은 당장 큰 고비는 넘겼지만 당국과 여론의 압박에 따른 관치금융이 계속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은행 성장동력 약화와 외국인투자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1조6000억원 규모 이자를 환급하게 되면서 은행에 따라 2000억~3000억원 규모 영업이익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영업비용으로 처리할 경우 당기순익이 감소할 여지가 있다"며 "은행에 따라 올해와 내년 반반으로 나눠 비용처리를 할지, 회계상 어떻게 처리할지 고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담금 규모가 클수록 영업비용이 커지고, 이에 따라 당기순익도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금융권에서는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을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도 정부 개입은 '관치'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강한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현 정부가 '상생금융'을 앞세워 은행권을 연달아 질타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배구조까지 손을 댈 경우 외부 입김에 의한 인사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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