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보면 미래가 보인다
[매일일보 유원상 기자] 경기관광공사 추천 2월 가볼만한 곳은 스러져가는 작은 탄광촌이 19세기 산업혁명의 생생한 현장으로 재탄생한 영국의 블래나번 산업경관, 원주민 사회와의 관계회복과 화해를 통해 세계유산이 된 캐나다 로키산맥 재스퍼 국립공원 등은 세계문화유산의 힘을 보여준 사례들이다. 이처럼 유네스코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닌 유형·무형의 문화유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해 보호한다.경기도에 가면 조선 시대 건축의 백미로 꼽히는 화성과 조선왕릉 40기 중 31기(12개소)를, 그리고 오랜 장인의 숨결이 묻어나는 다양한 인류무형문화유산을 함께 만날 수 있다.■ 세계 속에 우뚝 선 우리의 문화유산 ‘조선왕릉’조선왕릉 40기 중 31기(12개소)의 왕릉이 경기도에 위치한다. 경기도의 조선왕릉을 돌아보며 500여년 조선왕조의 문화적 가치를 생각해 본다. 설날에는 모두 특별히 무료로 개방된다.조선왕릉은 2009년 6월 스페인의 세비야에서 개최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에서부터 마지막 황제 순종의 유릉까지 모두 40기의 왕릉이 인류문화유산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이다. 이처럼 한 왕조의 무덤 전체가 한꺼번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조선왕조는 519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세계 역사상 한 성씨의 단일왕조가 이처럼 기나긴 세월을 존속한 예는 조선왕조가 유일하다. 장구한 역사를 간직한 조선왕조에는 왕실의 위계에 따라 능, 원, 묘로 분류된 119기의 왕족 무덤이 있는데, 이 중 27명의 왕과 왕비 그리고 추존된 왕과 왕비의 무덤을 조선왕릉이라 일컫는다. 폐위된 연산군과 광해군의 묘를 제외하면 왕릉은 모두 42기에 이른다.42기 왕릉 중 북한의 개성에 자리하고 있는 제릉과 후릉을 제외한 40기의 왕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이다. 조선왕릉은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사후 공간이 융합된 건축양식을 비롯해 한 시대를 이끌었던 왕과 왕비의 무덤이 600년의 세월동안 전혀 훼손되지 않고 모두 완전하게 보존되어 온 점, 역사를 간직한 전통 제례의식이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는 점 등이 살아있는 문화유산으로 높이 평가받는 이유다.■ 정조의 꿈이 담긴 신도시 ‘화성’화성은 정조의 아버지에 대한 효심으로 시작해서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빛을 발한 조선후기 건축의 걸작이다. 아울러 정치를 개혁하고 왕권을 강화하려는 젊은 군주의 철학이 담겨있다. 화성의 건축은 사도세자의 능을 당시 최고의 명당이었던 화산으로 이장함에 따라 인근 백성들의 이주를 위해 계획되었다.화성의 동서남북 각 방향에는 웅장한 4대문이 세워졌는데, 그중 한양에서 출발한 왕의 행차가 들어오는 방향인 북쪽에 위치한 장안문(북문)이 화성의 정문으로서 특별히 위풍당당하면서도 화려한 위용을 자랑한다. 자연지형을 살린 유려한 성곽의 곡선미를 유지하면서도 적재적소에 포루와 공심돈 등(방어시설), 기능성이 돋보이는 군사시설물을 설치해 전략적인 공격과 방어가 가능한 뛰어난 건축물이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성안의 볼거리도 다양해서 왕의 지방 궁궐인 화성행궁은 ‘대장금’ 등 드라마의 촬영지로 유명하며 다양한 공연과 행사가 열린다. 화성박물관에는 화성의 건축과정과 당시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들이 전시되어있다. 아울러 특별한 이야기가 담긴 ‘행궁동 벽화골목’과 아름다운 행궁길 ‘공방거리’ 등 수원의 숨은 보물을 찾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천년을 결정하는 장인의 손길 ‘대목장’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보호 협약에 따라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16건의 무형유산 중 돋보이는 것이 대목장이다. 예로부터 나무를 다루는 사람을 목공, 목장, 목수 등으로 칭했으며, 그 가운데 궁궐과 사찰, 양반가의 대저택 등을 짓는 사람들을 대목이라 불렀다. 대목 중에서도 우두머리 격인 장인을 도편수 또는 대목장이라 한다.대목장은 건축물을 지을 때 터를 잡는 것에서부터 나무를 고르는 일, 건물의 배치, 대목들을 통솔하는 일 등 설계, 시공, 감리의 전 과정을 지휘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대목장은 아무나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뛰어난 스승으로부터의 가르침과 수십 년에 걸친 현장 경험을 통해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아야지만 대목장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우리나라의 건축문화를 발전시켜온데 있어서 대목장의 공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이러한 대목장의 전통을 보호하고 이어가기 위해 1982년부터 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로 지정하고 있으며, 현재 대목장 지정자는 최기영, 전흥수, 신응수 세 명 뿐이다.특히 최기영 대목장은 조선 시대 숭례문을 축조한 도편수 최유경의 후손으로, 용문사를 비롯해 봉정사, 청평사, 보문사, 백제문화단지 등 수많은 사찰과 문화재 속에 그의 손길이 스며있다. TV-CF에서 “이음새 하나가 천년을 결정하는 것.”라고 말하던 최기영대목장의 숨결을 몸소 느껴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양평에 있는 ‘초은당’이다.그가 직접 설계하고 손수 지은 이곳은 본채 27칸, 별채 5칸의 기와집으로 배산임수의 명당에 자리한 전통한옥이다. ‘어진 이들을 초대하여 노니는 집’이라는 뜻의 초은당은 다도체험을 비롯해 전통한옥의 멋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특별한 문화공간이기도 하다.■ 세대 간 소통과 협력의 인류무형문화유산 ‘김장문화’우리의 대표음식인 김치를 만드는 일련의 과정인 김장은 단순히 긴 겨울 내내 먹을 김치의 저장을 위한 생산과정이 아니라 서로 협력하며 가족과 지역공동체의 정을 확인하는 소통의 과정이다. 시어머니의 오랜 경험과 정성이 며느리에게 전수되고 그 김치를 나눠먹는 관습을 통해 서로 다른 고유한 김장비법이 공유되고 지역적 특색으로 자리 잡는다.2013년 12월 5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보호위원회는 가족의 일상 속에서 여러 세대에 걸쳐 전해져 내려온 ‘김장문화’(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하였다. 현재 인류무형문화유산 중 음식에 관련된 유산은 김장문화를 포함하여 프랑스의 미식술, 그리스 등 4개 나라의 지중해 요리, 멕시코의 전통요리 등 6가지에 불과 한 만큼 세계인에 자랑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우리의 문화유산이다.김치 전문기업 풍미식품은 우리 김장문화를 소개하고 직접 김치를 담그는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김치 명인 유정임 대표가 김칫소부터 시작해서 김치 담그는 전 과정의 시연과 흥미로운 김치이야기를 들려준다, 시연이 끝나면 절인 배추에 김칫소를 넣어가며 배추김치를 만드는 체험을 시작하는데 특히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가 좋다.직접 만든 김치를 담은 특별한 기념품을 들고 “하나, 둘, 셋, 김치”를 외치며 기념 촬영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체험 후에는 위생적인 설비로 하루 10여 톤의 김치를 생산하는 풍미식품의 생산라인과 다양한 기능성 김치를 개발 중인 연구소를 견학 할 수 있다. 전통식품문화관에는 김치의 기원과 종류는 물론 떡, 한과, 된장 등 전통식품의 발전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1. 동구릉(왕릉 수 9기)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