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올해도 사법리스크 대응에 분주하다. 신사업 추진 등 오로지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표적으로 삼성은 약 8년간 사법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있는 형국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건으로 내달 초 재판부의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전후 회계부정 등이 발생했다며 2020년 9월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겼다. 이후 지난해 11월 이 회장에 대해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일각에선 이 회장에 대한 집행유예 가능성을 거론하지만 1심 선고 결과 및 검찰의 대응 등을 예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삼성은 지정학 리스크 고조와 인공지능(AI)발 산업 격변 속에서 속도감 있는 신사업 추진, 조단위 인수합병(M&A) 등에 제동이 걸리고 있단 분석이다.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과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를 각각 애플과 인텔에 내어준 점도 뼈아프다. '초격차'로 대표되는 확고한 1위의 '삼성호'가 '선장'의 사법리스크에 변화의 동력을 상실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재계 2위 SK그룹의 수장 최태원 회장도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벌이는 이혼 소송이 장기화하면서 우려를 더하고 있다. 2017년 7월 시작된 이들의 소송전은 재산분할에 위자료 문제까지 얽혀 격화하는 분위기다. 이혼 소송은 사생활 영역이지만 총수의 이혼 소송은 기업 경영과 분리될 수 없는 사안이다. 재산분할 이슈로 그룹의 지배구조 변동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LG그룹도 전례 없는 상속 분쟁으로 신음하고 있다.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부인 김영식씨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 등 세 모녀가 상속 재산을 재분할해달라며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길어지고 있다. 특히 해당 소송은 경영권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며 재계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태광그룹은 이호진 전 회장이 횡령‧배임 의혹으로 다시 구속될 위기에 처하면서 실적 악화는 물론 성장 추진체가 무력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카카오 역시 경영진들의 사법리스크 등 여파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약 18% 감소가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