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서효문 기자 | 약 10년 전 금융권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6개월 이상 채무를 제때 갚지 못하거나 연 20% 이상 고금리 대출을 사용하는 채무자 구제를 위한 ‘국민행복기금(이하 행복기금)’ 출범이 그것이었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행복기금은 어려워진 서민들의 숨통을 틔우는 ‘상생 금융’ 차원에서 도입됐다.
10년이 지난 현재 행복기금의 위상은 사실상 미미하다. ‘유명무실화’ 됐다고도 볼 수 있다. 행복기금이 있다는 것도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심하게 표현하자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전략’에 불과한 단발성 이벤트라고 평가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문제는 현 정부가 행복기금과 같은 유사한 이벤트에 치중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15일 2000만원 이하 연체를 상환한 개인 대출 및 개인사업자 차주의 신용 사면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31일에는 4% 금리를 초과하는 이자를 납부한 개인사업자와 소상공인에게 해당 규모 만큼 이자를 환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모든 것이 ‘상생 금융’ 차원에서 발표됐다. 상생 금융이라는 포장지에 쌓여 있지만 이는 결국 존재감이 급락한 행복기금을 떠오르게 한다. 금융당국과 정부의 발표대로 소상공인과 개인 사업자에게 단발적인 혜택을 제공하더라도 과연 실질적인 채무 구제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행복기금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연체 채무자들은 더 이상 채무 구제를 위해 행복기금을 활용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금융권에서 금기시되던 ‘탕감’과 ‘면책’이라는 단어를 다시 떠오르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현금 지원 등에 치중한 단발적인 지원 정책만 지속된다면 결국 ‘탕감’과 ‘면책’이라는 수단을 고려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