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규모 202조원…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두배
4월 위기설 확산..."저축은행 사태 때보다 심각할 가능성"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규모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건설사 대량 부실 사태가 빚어졌던 2009∼2010년 당시의 두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PF 부실에 따른 위기가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일각에선 부동산시장 4월 위기설이 나온다. 건설사 부도는 새해 들어 벌써 5건, 폐업도 두 달 새 565건에 달하고 있고, 증권사 중심으로 부동산PF 부실이 뚜렷해지고 있다. 4월 위기설은 총선이 4월에 있다는 것을 떠올리게 하고, 언뜻 정치적 음모론처럼 얘기되지만 실상은 2023년 감사보고서 제출기한이 4월15일이어서 나오는 이야기이다. 이때 2023년 실적이 좋지 않은 기업들은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될 거라는 얘기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공식적으로 알려진 부동산 PF 대출 규모는 작년 9월 말 기준 134조3000억원이다. 이는 금융위원회가 직접적인 감독 권한을 보유한 은행, 증권 등 6개 금융업권이 보유한 PF 직접 대출의 총잔액이다.
하지만 새마을금고 등 포함되지 않은 업권에서 실행된 PF 대출잔액과 유동화된 금액을 모두 포함할 경우 실제 부동산 PF 규모는 202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서는 추산된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PF 규모 추정치(100조2000억원)의 두 배를 넘는 규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보고서는 "2010년 초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급랭하면서 미분양이 급격히 증가하자 PF 연대보증을 제공했던 건설사들이 대거 부실화됐고, 이로 인해 저축은행들의 동반 부실사태가 빚어졌다"며 "현재의 PF 위기는 구조 측면에서 당시와 유사하지만, PF 규모가 훨씬 크다는 점에서 위기가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지난 수년간 부동산 PF 시장의 금융참여자가 다양해지고 자본시장을 통한 직접금융 조달방식이 확대됐다는 점을 들면서 실물 부문의 부실과 금융시장의 불안이 상호작용하면서 위기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과거와 달리 손실 흡수력이 낮은 제2금융권과 중소건설사들에 부실 위험이 집중된 점도 위기를 증폭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꼽았다. 금융공급 주체와 신용보강 주체 모두 부실을 충분히 스스로 흡수하지 못해 일부 부문에서 부도 사태가 일어날 경우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주 건산연 연구위원은 "지금의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부동산시장의 회복이지만, 단기적으로 이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부실 처리가 본격화되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채권시장 등 자금시장에서 불안이 촉발되는 것을 얼마나 조기에 포착해 잘 대응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