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 '방첩기관' 지정…기술유출 처벌 기준 강화
해외 유출 범죄 최대 징역 12년…국내 7년6개월
매일일보 = 박지성 기자 | 국내 기업들의 기술 유출 피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이를 막기 위한 보호 법령을 가동한다. 기존 기술 유출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으나, 이번 법령 개정으로 처벌 수위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특허청이 개정한 '기술 보호를 위한 4중 안전장치 관련 법령'이 올 하반기 시행될 예정이다.
'4중 안전장치'는 특허청의 방첩기관 지정과 기술경찰 수사 범위 확대, 기술침해범죄 양형기준 강화, 기술 침해범 최대 5배 징벌배상이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2017~2021년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된 1심 공판 81건 중 실형이 선고된 것은 단 5건에 불과했다. 반면 절반 가까이가 집행유예(32건)·재산형(벌금 등 7건)이었고, 무죄판결도 28건으로 전체의 34.6%에 달했다.
한국의 기술 유출 피해액은 연평균 4조~5조원에 달한다. 관련 업계에서는 기술 유출에 따른 솜방망이식 처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올 하반기부터는 영업비밀 유출 범죄에 대한 처벌 기준이 강화된다.
우선 특허청은 '방첩업무 규정' 개정에 따라 지난달부터 방첩기관으로 지정됐다. 국가정보원과 법무부, 관세청, 경찰청, 해양경찰청, 국군방첩사령부 같은 기존 방첩기관에 특허청이 추가됐다. 특허청은 전세계 특허 정보 5억8000만건을 기반으로 해외에서 노릴만한 한국 핵심 기술을 분석한다. 이 정보를 국정원 산하 '방첩정보공유센터'에 제공해 기술 유출 첩보와 연계해 조사할 계획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기술 유출 범죄의 양형기준 변경으로 오는 7월부터 영업비밀 유출 범죄의 형량이 최대 3년 늘어난다.
영업비밀 해외 유출 범죄에 대한 최대형량은 징역 9년에서 12년으로 늘어난다. 국내 유출은 6년에서 7년 6개월로 늘었다. 초범도 곧바로 실형이 선고되도록 집행유예 기준이 강화된다. 시행일은 오는 7월 1일이다.
기술 유출에 대한 손해배상 규모도 커졌다. 특허청은 지난 2월 부정경쟁방지법 개정과 함께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였다. 시행일은 오는 8월 21일부터다.
앞으로 영업비밀 침해 시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는 기존 3배에서 5배로 높아진다. 또 유출된 기술을 가져간 법인의 벌금형은 기술 유출을 한 사람에 부과된 벌금의 최대 3배로 강화했다.
기술 보호를 위한 '4중 안전장치'는 최근 전 세계적인 기술패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한국 기업의 산업기술이 해외로 유출된 건수는 2017~2023년 기준 140건이다. 국정원이 산정한 기술 유출 피해액은 7년간 33조원에 달한다.
특허청은 앞으로 영업비밀 유출을 소개·알선하는 브로커 행위도 침해 행위로 규정하고 처벌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