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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해 배상 사태가 일단락되자 금융권을 휘몰아쳤던 단어는 ‘밸류업’이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밸류업 프로그램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하반기에는 해당 행보에 대한 이목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많은 전문가들은 규제개혁·기업혁신 등 저평가주 경쟁력을 제고해 기업에는 원활한 자금조달, 국민들에게는 해당 성과를 향휴하는 취지로 추진된 해당 프로그램 최대 수혜자로 금융권으로 꼽는다. 은행을 비롯해 저평가주의 대표주자로 꼽히기 때문이다.
금융권도 이를 인식, 밸류업 프로그램에 동참하는 행보를 펼치고 있다.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은 ‘기업가치를 올리기 위해 주주환원을 어떻게 얼마만큼 확대하느냐’가 골자였다. KB금융지주는 업권 최초로 ‘분기 균등 배당’ 실시를 발표했고, 신한·하나·우리지주 역시 자사주 매각·소각 등을 비롯한 주주환원을 확대하겠다고 외쳤다.
금융권을 비롯해 전 산업권에서 순조로운 밸류업 프로그램 대응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이달 초 국내 사회를 뒤흔드는 정부의 발표가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취임 후 첫 국정브리핑을 통해 “울릉분지에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막대한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며 “성공 가능성은 20%이며 내년 상반기 쯤 결론이 나올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산유국 대열에 들어설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라고 명명된 해당 사업을 대통령이 직접 발표하면 국내는 대왕고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갔다. 가장 큰 움직임이 있었던 곳은 증시였다. 석유·가스 유관 기업의 주가가 상승했으며, ‘채상병·김건희 특검’ 정쟁은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을 정도로 국내 사회에 미치는 단기적 파급력은 엄청났다.
국정브리핑이 실시된 지 약 2주가 흐른 지금 ‘대왕고래’는 윤 대통령의 기대대로 국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까. 단호하게 ‘NO’라고 답할 수 있다. 오히려 의심만 높이고 있다. 발표 이후 대왕고래 분석을 시도했던 해외 분석업체에 대한 의구심은 커지고 있고, 의심의 눈초리는 해당 프로젝트를 주도해야 할 한국석유공사까지 향하고 있다. 오죽하면 “윤 대통령이 한국석유공사에게 당했다”라는 우스겟소리도 나온다.
문제는 대왕고래가 하반기 금융권의 키워드인 ‘밸류업 프로그램’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기업들의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해서는 외국 자본의 국내 증시 투자가 필요하다. 밸류업 프로그램 또한 남북분단이라는 지리적 리스크. 일명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 외국 자본 유입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도입 취지 중 하나다. 이런 리스크를 안고 있는 국가의 지도자가 불확실성이 농후한 프로젝트를 매우 희망적으로 발언한다면 해당 국가 자본시장에 대한 외국 자본의 시선은 회의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해외 신용평가사들은 대왕고래에 대해서 “상업성이 0%에 수렴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내고 있다.
결론적으로 대왕고래 발표는 국내 사회 또는 금융·산업에 끼친 긍정적인 효과는 아무것도 없다. 기대감도 들지 않는다. 해당 발표로 인해 나타낸 유일한 긍정적인 효과는 윤 대통령의 단기 지지율 상승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