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연속 미분양 물량↑…악성 미분양 1만3000호 넘어
전문가들 “CR리츠 규모 적어 미분양 해소 효과 적을 것”
매일일보 = 김수현 기자 | 전국적인 미분양 물량 증가에 최근 정부는 ‘기업구조조정 리츠’(CR리츠)를 다시 도입하기로 결정했지만, 수도권과 지방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분양 감소 효과는 의문시되고 있다.
16일 관가에 따르면 정부는 CR리츠의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춰 사업성을 개선할 수 있도록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모기지 보증' 지원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HUG이 제공하는 보증을 활용할 경우 각 리츠사들은 자금 조달 금리를 최고 연 14%에서 연 5% 수준으로 대폭 낮출 수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월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건설경기 회복 지원 방안'을 통해 미분양 해소를 위한 민간 자금 유치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안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민간에서 구성된 CR리츠가 내년 말까지 지방에 위치한 준공 후 미분양주택을 매입할 경우 취득세 중과 배제하고, 취득 후 5년간 종합부동산세 합산을 배제하는 혜택을 줘 투자운용사들의 부담을 완화할 방침이다.
이처럼 정부가 민간 자금을 통해 미분양 해소에 나서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7만 가구가 넘는 물량이 빠른 시일 내에 주인을 찾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전국 미분양 물량은 전월 대비 0.2% 늘어난 총 7만2129가구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5만7925가구에 비해 24.5% 증가한 것이다. 지역별로는 △대구 9533가구 △경기 8876가구 △경북 8244가구 △부산 5496가구 △충남 5361가구 등을 기록 중이다.
특히 ‘악성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후 미분양은 1만3230가구로 전월 대비 2.0% 증가해 각 시행사와 건설사들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지만 이를 해소할 가능성도 높지 않을 전망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7월 미분양물량 전망지수는 110.3으로 전달과 동일한 수준이지만, 지난 5월100에 비해선 10.3이나 급등했다. 해당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을 경우 미분양이 증가할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미분양 물량 자체가 수익성에 비해 가격이 높은 경우가 많아 리츠사들이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리츠사 한 관계자는 “현재 정부가 생각하는 CR리츠를 통한 미분양 해소 방안과 투자사들이 보는 수익적 관점이 잘 맞지 않은 부분이 있다”라며 “기본적으로 미분양 발생하면 건물 가치에 비해서 가격이 높게 책정이 된 경우가 많은데, 시행사 또는 시공사가 제시하는 가격이 투자사들은 입장에서 좀 더 내려와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CR리츠는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분하는 구조로 사업성이 높은 서울과 수도권으로 매입이 몰릴 수밖에 없어, 지방 미분양 해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CR리츠를 도입하는 목적 자체가 지방 쪽에 주택 경기를 살리려고 하는 것인데 어느 정도의 효과는 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최근 상황을 보면 지방에 수요가 있어야 되는데 다들 서울만 보고 있어 지방에 온기가 전해지기는 당장 기대하기는 조금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CR리스 규모가 미분양을 해소할 만큼 충분하지 못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과거 CR리츠를 도입해 건설사들의 손실을 줄인 사례가 있으나, 그 규모가 전체에 비해 턱없이 적어 큰 실효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정부나 민간에서 상당한 재원을 투입해 3만가구 정도를 사들여 지방 미분양 50%가량을 소진시킨다면 실질적인 효과를 주기에 충분할 것이지만, 현재 전국의 미분양이 7만가구가 넘어가는 상황에서 이전과 같이 2000~3000가구를 구입해도 의미 있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구성된 CR리츠는 미분양 물량 2200가구를 매입했고, 2014년에는 500가구를 사들였다. 그럼에도 CR리츠로 해소된 경우는 2009년 12월 기준 미분양 물량 총 12만3297가구 가운데 1.8%에 불과했고, 2014년 4만379가구에 비하면 1.2% 수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