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주자, 中바이오 견제 나서… 집권 이후 의약품 부족 해결해야
해리스, 한국 등 동맹국과 의약품 공급·안전 문제 해결 방안 마련
트럼프, 바이오시밀러 사용에 우호적… 관련 산업 규제 완화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미국의 차기 대통령 후보들이 자국 바이오 산업 보호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에 어떤 여파가 미칠지 관심이 모인다.
어떤 후보가 당선돼도 미국 소재 기업이 우선 되겠지만, 현지서 의약품 공급 부족이 지속되는 만큼 한국 등 동맹국 소재 기업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5일 미국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미국 정치권은 ‘생물보안법’을 통해 중국 바이오 기업의 현지 퇴출에 집중하는 중이다.
생물보안법이란, 미국 환자 데이터와 납세자의 돈이 외국 적대국(특히 중국)의 바이오기업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법안이다. 미국 현지서 중국 바이오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미국 정치권이 중국기업의 현지 경제활동을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한 것이다.
해당 법안은 미국 여야를 막론하고 강력한 지지를 받는 중이다. 하원에선 이미 지난 9월 이미찬성 306표, 반대 81표로 집계돼 통과에 필요한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얻었다. 현재 상원 국토안보위원회에는 법안의 목적과 내용은 유사하나 법안명이 다른 두 개의 법안까지 상정된 상황이다. 업계는 상원에서도 압도적인 찬성을 받을 것으로 본다.
각 정당의 기조와 마찬가지로, 공화당 대선 후보자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 모두 반(反)중국 노선을 그대로 따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외 자동차, 배터리 기업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 경고한데 이어, 바이오 분야에는 바이든 행정부보다 더 강한 보호무역 조치를 실시할 방침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의약품 공급망 무기화 우려로 자국 내 생산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시행했지만, 트럼프는 강제성을 부여할 계획이다. 바이든이 제시한 조건은 ‘5년 이내 필수 의약품 원료의 25%를 미국에서 생산’하는 수준인 반면, 트럼프는 모든 필수 의약품을 대상으로 하는 등 규제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 중국 바이오를 퇴출시키겠단 기조는 본래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시작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를 계승한 해리스 후보는 오히려 이를 더 강화할 방안까지 생각해둔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미국 대선 시나리오별 한국 산업 영향과 대응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해리스 후보는 바이든 행정부의 캔서 문샷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으로 기존 헬스케어 정책 기조를 유지하거나 강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두 대선주자들의 철저한 바이오산업 자국 우선주의는 국내 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다만 중국 견제에 방점이 찍힌 만큼 미동맹국 소재 기업에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바이오 기업은 그동안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대량으로 의약품을 공급하는 세계의 약국 역할을 맡았다. 미국 현지 사회는 만성적인 의약품 부족 현상으로 골머리를 앓는 중으로, 중국 기업 퇴출 시 미 정부는 양질의 의약품을 국민들에게 공급할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그 빈자리를 메울 수 있는 기업으론 스위스의 론자와 한국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꼽힌다. 다만 미국 의약 제조환경의 특수성, 규제 및 전환 기간을 고려할 때 즉각적 수혜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리스 후보는 집권 이후 우호국을 중심으로 ‘바이오제약 연합’ 결성해 공급망 강화와 생명공학 기술 협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국가안보위원회(NSC)는 동맹국과 협력해 ‘안전한 바이오제약 공급망 지원을 위해 바이오제약 연합’을 구성할 예정이다. 여기엔 유럽연합, 인도, 일본, 한국과 공급망 협력을 위해 35억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 들어있다. 특히 특허만료를 앞둔 블록버스터급 의약품을 우수한 품질로 공급할 수 있는 바이오시밀러 기업, 특히 셀트리온 등이 각광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부터 약가 인하는 꾸준한 관심사라,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의 활동이 위축될 경우 첨단의약품 개발도 부진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트럼프 전대통령도 제네릭(복제약) 및 바이오시밀러 사용 촉진에 우호적인 입장이다. 그가 집권할 경우, 한국산 바이오시밀러 수요는 유지되겠지만 직·간접적 통상 압력이 예상된다. 2018년 한미FTA 개정 협상 당시 트럼프 정부의 요구로 국내 혁신형 제약기업의 신약에 대한 약가 우대 조항이 삭제됐다. 이는 국내 제약사의 신약 개발 의지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사의 미국 내 영업이 제한된다 해도, 중국과 같은 리스크가 없는 한국 기업은 성장이 예고된 상태다. 일부 제약사들은 서둘러 중국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보류하거나 취소하고 한국 파트너십 확보에 나섰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아시아 소재 제약사와 1조7028억원(12억4256만달러) 규모의 초대형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창립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한미약품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대표 현지 제약사 ‘타북’과 한미의 대표 품목들을 MENA(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 수출하기 위한 독점 라이선스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바이오기업 S사 관계자는 “이미 인도와 일본 등 미국의 우방국들은 중국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자국 산업 독려에 나섰다. 반면 국내는 최근에서야 대통령이 바이오위원회를 출범하겠다고 밝힌 상태”라며 “현재의 바이오 산업은 국제 정치판이나 다름없다.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뒷받침돼야 다른 경쟁국가들에게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