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복지 및 ‘워라밸’도 보장돼야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중소기업 취업자 감소세가 지속하면서 인력난 문제는 물론, 중장기적인 산업 경쟁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근로 환경과 임금·복지 등의 격차로 청년층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이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고 있다.
뿌리기업계는 현장에서 40대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전언이다. 2011년 7월 제정된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주조·금형·용접·표면처리·소성가공·열처리 등 공정기술을 활용해 부품 또는 완제품을 생산하는 산업을 말한다. 뿌리산업은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을 좌우한다. 산업경쟁력이 흔들릴 위기인 만큼 조속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의 ‘2024년 상반기 청년층 대상 채용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한 청년 중 87.0%는 ‘임금·복지가 좋다면 기업 규모는 관계없다’고 응답했다. 또 63%는 임금·복지보다 워라밸이 중요하며, 59.1%는 ‘임금이 높다면 비정규직이라도 취업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 7월 12일부터 같은 달 31일까지 전국 17개 시·도 청년(19~34세) 400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중 2738명은 재직자 또는 1회 이상 직장경험 있는 구직자다.
희망 임금수준은 세후 기준 '300만원~350만원(25.9%)'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500만원 이상(19.7%), 400만원~500만원 미만(16.7%), 350만원~400만원 미만(14.0%) 순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76.3%는 300만원 이상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정 근무시간은 ‘40시간~45시간 미만(50%)’ 비중이 가장 높았다. ‘35시간~40시간 미만’이라는 응답은 16.0%, ‘30시간~35시간 미만’은 10.8%이었다. 필수적 복지제도를 묻는 질문(복수응답)에, 안식년 등 특별휴가(38.5%), 유연근무(35.4%), 재택근무(31.1%)가 병원비·경조사비·대출지원 등 ‘금전적 지원’보다 많았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설문조사는 청년들의 요구에 맞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취업 전에는 취업 진로상담, 일경험 등을 통해 적성에 맞는 직무를 충분히 탐색하도록 하고, 취업 후에는 기업에서 청년들이 다양한 근로시간과 근무방식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제도 도입과 경력개발을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근로여건 외에도 직장 선택 시 주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들이 다양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한국 경제에 대해 비슷한 진단을 내렸다. OECD는 ‘2024 한국경제보고서’를 통해 우리 경제가 글로벌 인플레이션 쇼크에서 회복 중이며 수출 강세에 힘입어 국내총생산(GDP)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이를 촉진하기 위해 출산율 제고, 생산성 향상, 온실가스 배출 감축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책 권고사항으로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 탄소 감축, 인구감소 대응을 제시했다. 일과 삶의 균형을 개선하고 성별 격차를 줄이는 것은 노동력 감소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두 가지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육아 시스템 조정, 육아 휴가 확대, 직장 내 차별에 대한 제재와 노동감독관의 후속 조치 역량 강화를 주문했다.
보고서는 또 한국의 중소기업 고용 비중은 OECD에서 가장 높지만, 중소기업 생산성은 중소기업 보조금에 대한 정부의 지출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약 3분의 1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대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 완화를 위해선 중소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 등을 엄격히 관리하고, 시장 내 경쟁 역시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