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연공서열, 인건비 부담 가속화할 것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로봇과 인공지능(AI)이 일자리의 일부를 대체하며, 산업계와 노동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 시점에선 AI 도입 비용이 높아 인간 노동력의 가치가 인정받지만, 도입 비용이 인하되는 시점이 오면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AI가 인간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도록 기술이 발전하는 주요 이유는 인건비 상승과 노동규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소상공인에 이르기까지 치솟는 인건비 부담으로 몸살을 앓고 있어서다.
국내 기업들 다수가 연공·호봉급제를 시행 중인 만큼 인건비 부담은 필연적으로 커진다. 미래노동시장 연구회는 지난해 12월 내놓은 권고문에서 “우리 기업의 임금체계에서 연공의 영향은 압도적이며 이는 임금의 하방 경직성을 확대해 기업의 신규 채용 기회를 제약하고 있다”며 “노동시장의 주류로 자리잡은 MZ세대에게도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주52시간제를 비롯한 노동시간 규제로 인해 기업의 경쟁력이 저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일자리를 AI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일자리 유형에 따라 대체 가능성은 다를 전망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의 ‘디지털 기반 기술혁신과 인력수요 구조 변화’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개 업종 1700개 사업체와 업계 전문가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문가·서비스직은 AI나 자동화에 따른 대체 가능성이 낮을 것(21~40%)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사무종사자, 판매종사자, 장치·기계 조립, 단순노무 등의 직군은 대체 가능성이 높을 것(61~80%)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챗GPT 등 생성형 AI 도입으로 모든 직업에서 노동력 대체 등 고용구조 변화가 빨라지는 가운데 △단순반복 직무 △반복적이지 않은 육체적 직무 △반복적이지 않은 사고·인지 직무 순으로 노동력 대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향후 일자리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칠 디지털 전환 기술로는 AI를 지목했다. 현재 AI 기술을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중은 18.3%였다.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고용 규모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5년 뒤 8.5%, 10년 뒤엔 13.9%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산업별로는 음식·숙박업(2028년 기준 14.7% 감소)과 운수·물류업(2035년 기준 21.9% 감소)의 고용 감소폭이 클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