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 문자 대부분은 ‘적법’? 스팸 자체보다 관련 범죄 더 큰 문제
[매일일보=김인하 기자] 스팸문자, 이메일이 기승을 부린다. 종류도 다양하다. 대출부터 성인광고까지, 스팸광고를 받은 사람들은 동의없이 날아오는 이런 문자와 메일이 성가시다. 내 개인정보가 어디서 새고 있는 걸까 의아하기도 하다. 꼭 처벌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스팸신고 버튼을 누른다.그러나 스팸문자가 발송되기까지, 신고한 뒤의 과정은 관심 밖이다. 무차별적으로 날아오는 대량의 스팸문자는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 것일까. 개인정보 매매와 이어져 또다른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는 스팸. <매일일보>에서 심층 취재했다.회사원 이연진(27)씨는 한마디로 “짜증난다”고 말한다. 이씨는 그러면서 스팸문자를 볼 때마다 보내는 사람이 궁금해진다고 한다. “받는 사람의 기분을 나쁘게 하는 스팸 문자나 이메일로 광고가 될 것이라고 믿는 게 신기하다”고 밝힌 이 씨는 그래서 더 꼬박꼬박 스팸문자 신고를 누른다고 말했다. 이 씨가 갖고 있는 휴대폰에서는 스팸신고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쉽게 기능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 스팸문자를 받을 당시에는 기분만 나쁘고 말았지만 지금은 오기가 생기고 스패머들이 처벌받기를 원하기 때문에 신고 버튼을 누른다”고 말했다.휴대폰의 문자기능을 잘 이용하지 않는다는 김택규(53)씨도 스팸문자가 귀찮고 싫은 것은 사실이다. 김 씨는 “문자를 주고받지 않다보니 자녀들이 휴대폰에 꽉 찬 문자를 가끔 지워주곤 하는데 그 중 80%가 스팸광고문자다. 가끔 성인 광고 문자도 들어있어 민망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택시운전을 하기 때문에 노출된 내 전화번호가 새나가는 건가,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는 김씨는 오히려 꾸준히 발송되는 스팸문자가 신기하다고 말했다.‘스팸’과 ‘광고문자’, 불법과 적법의 차이!
그런데 우리가 받는 수많은 스팸문자 중 ‘정확한 의미’의 스팸문자는 얼마나 될까. 인터넷 진흥원 스팸대응팀 노명선 팀장은 “보통 스팸신고가 되는 문자 중 대다수는 ‘적법’ 광고문자”라고 말한다. 자신이 가입한 사이트에서 수신동의를 한 사실을 잊고 있다가 광고문자가 오면 스팸문자로 인식하고 신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을 하게 되면 늘 따라오는 것이 ‘위 약관에 동의하십니까’란 문장. 동의 란에 체크를 하지 않으면 가입 자체가 불가능한데, 이러한 약관을 보면 정보공개에 대한 내용과 공개대상 사이트가 적힌 약관도 있다. 한 곳에 가입하면 줄줄이 다른 곳에도 등록되어 정보가 새나가는 이유가 그것이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개인정보를 담보로 걸고 있는 셈이다. 또한 노 팀장은 “올해 3000만건에 달하는 스팸신고 중 대다수가 사전에 거래관계가 있었고 광고수신에 동의해서 발송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광고문자의 성격을 띄는 이 문자들은 결국 ‘합법’인 셈”이라고 말했다.가령 A가 대리운전을 이용한 적이 있다면 그 기록이 업체에 남아 다시 한번 이용해 달라는 광고문자를 보내는 것은 합법으로 판단되는 식이다.노 팀장은 “그러나 음란물, 도박, 의약품, 등록되지 않은 대부업체의 대출광고는 자체가 불법적인 광고이기 때문에 스팸문자로 구분된다”며, “이러한 불법 스팸문자의 발송자에게는 최대 3천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경우에 따라 번호정지 같은 처벌이 내려진다”고 밝혔다.이러한 불법스팸이 처리되는 과정은 스팸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신고한 악성 스패머일 경우 24시간 안에 소명의 기회를 주거나 수사에 착수한다. 2008년 9월부터 수사권을 갖고 경찰과 협조 아래 전파관리소는 불법스팸 발송자에 대한 수사를 돕고 있다. 스팸의 블랙홀, 대포폰그러나 전파관리소 담당자는 불분명한 대량의 스팸만큼 불법으로 전송되는 스팸의 ‘진짜’ 전송자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고충을 이야기했다. 명의도용 휴대폰인 ‘대포폰’으로 보내는 문자는 사실상 전파관리소가 수사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스팸으로 인해 광고의 홍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정보가 사고 팔리며 범죄로 도용되는 사태에 이르게 된 것이다. 명의를 빌려주고 돈을 받는 행위 자체는 무분별한 스팸에 대한 제재를 넘어 관할 경찰서에서 범죄행위로 수사된다.방통위, 사전 대책마련…도움될까
스팸의 다량 배포는 수신자 의사에 반하지 않는 영리목적의 광고성 정보라는 문제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자칫하면 큰 범죄와 연결 될 수 있는 만큼 관계당국의 적극적인 행동이 요구된다. 지난 10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스팸이 발송되기 전에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며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2011년까지 스팸문자의 양을 3분의 1까지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번 종합대책은 사후적 대응을 벗어나 예방차원의 정책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고 방송통신위원회는 밝혔다. 이메일 스팸에 대해서는 악성코드에 감염된 PC 및 비정상적인 서버에서 발생하는 스팸메일을 차단하기 위한 가이드 라인을 마련하여 보급할 것이라고.휴대폰 스팸의 경우 전송되는 단계별로 예방책을 마련했다. 불법 핸드폰 개통을 막기 위해 악성스패머 블랙리스트를 각 이통사에 공유하는 시스템을 마련해 채무불이행자와 함께 개통수를 제한 하는 방침을 내놓았다. 이어 현재 SKT만 서비스 하고 있는 지능형 스팸차단 서비스를 KT와 LGT로 확대 적용한다. 또한 이통사별로 다르게 설정되어 있는 스팸간편신고기능을 표준화하여 편리하게 신고할 수 있게 된다고 방통위는 강조했다.한편, 현재 1일 1000건으로 제한하고 있는 문자 발신 건수의 경우, 500개로 제한시켜 스팸발송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문자를 제재한다고 밝혔다. 단체에 다량으로 문자를 보내야 할 경우 따로 신고절차를 거친 뒤 제한범위를 넘겨 사용할 수 있다.범죄 사후 정책 마련에만 급급했던 관계당국에서 발표한 이번 종합대책은 일반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유발하는 휴대폰 및 이메일 스팸에 대처하는 종합적인 대응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방통위가 수립한 대책이 11월 현재 전반적으로 실행되고 있는 상태이다. 이에 따른 세부 정책은 2010년 하반기까지 꾸준히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방통위는 일반인들이 스팸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점까지 고려해 12월 광고를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방통위의 대책이 과연 얼만큼 실효성을 가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