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증거조작 여파…국정원·검찰 사건 수사, 기소 신중”
[매일일보 나태용 기자] 지난해 동기 대비 올해 상반기의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인한 기소인원 숫자가 크게 줄었다.각계는 올해 초 국가정보원 증거조작 의혹이 불거진 뒤 수사기관의 공안기능이 일시 마비된 결과라고 추측했다.
실제로 6일 대법원 등에 따르면 국보법 위반이 제일 많았던 지난해 108건 이후 올해 상반기(1월1일~6월30일)에 국보법 위한 혐의로 기소된 사람은 23명으로, 지난해 동기 40명에 대비한 57.5% 수준이다.국보법 위반 혐의자는 이명박 정부가 시작된 2008년엔 31명, 2009년 40명, 2010년 60명, 2011년 74명, 2012년 98명 등으로 매년 꾸준히 늘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는 108명으로 100명을 돌파했다.꾸준히 상승할 것 같았던 국보법 위반사건이 올해 들어 급감한 이유에 관계자는 국정원의 증거조작 의혹 여파가 가장 크다고 꼽았다.잘못된 수사진행이 밝혀짐으로 인해 여론의 질타와 몰매를 맞은 국정원과 검찰이 사건 수사와 기소에 신중해졌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검찰의 한 관계자는 “국정원 사람들이 증거위조 혐의로 수사받고 잡혀가면서 국정원 수사국 자체가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새로운 수사를 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이 관계자는 다만 “이적 표현물 소지 같은 사건은 경찰에서도 많이 다루기 때문에 원인을 하나로 말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또 ‘서울시 공무원 간첩’으로 몰린 유우성 씨의 변호인 장경욱 씨는 “최근 간첩 혐의가 있는 탈북자에 대해서는 합신센터뿐 아니라 국정원 본사가 직접 검증에 나서는 것 같다”며 “그러면서 허위 자백이 뒤집히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장 변호사는 “작년 검찰이 추가 기소를 남발해 범민련 남측본부 등 단체의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며 “단체가 활동을 못 하니까 기소할 사건도 씨가 말랐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한편 유우성 씨나 지하혁명조직의 총책으로서 내란을 음모·선동한 것으로 지목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도 모두 지난해 구속 기소돼 현재까지 재판을 받고 있다.지난 4월 박 대통령이 국정원의 잘못된 수사 관행을 언급하며 사과한 데 이어 서울고법도 유우성 씨 동생 유가려 씨에 대한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 조사가 위법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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