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시나리오로 군 속인 영화 감독 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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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시나리오로 군 속인 영화 감독 피소
  • 홍세기 기자
  • 승인 2005.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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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용서받지 못한 자 ‘절대 용서 안돼’

윤종빈 감독측 ‘속인 것 잘못이지만 사전검열 우려했다’

육군이 최근 개봉한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제작진을 “위계에 따른 공무집행방해‘로 고소했다. 지난 11월 17일 개봉한 이 영화는 신임감독 윤종빈(27)씨가 중앙대 영화과 졸업 작품으로 제작한 저예산 영화로 독창성과 완성도면에서 평단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작품이다. 영화는 후임 병사에 폭언과 폭행을 일삼는 고참병, 군부대의 각종 부조리에 관해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영화를 관람한 육군본부 한 관계자는 “솔직히 기분 나쁘죠” 라며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러나 육군이 윤 감독을 고소한 표면적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육본 관계자는 “제작자를 고소한 것은 영화 내용을 문제로 삼은 것이 아니다”며 “윤씨가 군에 거짓 시나리오를 보내 공공기관을 속인 위계행위가 문제된 것이다” 고 밝혔다. 군의 설명에 따르면 윤씨는 지난 5월 ‘군에서 만난 선후임병간의 우정’에 대한 영화를 만든다며 육군에 영화 촬영 협조를 요청했고 이에 육군은 제작과정을 적극 지원했다. 그러나 실상 개봉된 영화의 내용은 이와는 전혀 다른, 오히려 군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키는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사실 영화는 ‘선후임병간의 억압된 군 복무로 후임병이 자살하고 이어서 선임병도 자살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윤씨 측은 “처음에 진짜 시나리오를 보냈지만 육군에서 거절했기 때문에, 영화의 완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가짜 시나리오를 보냈다” 고 해명했다. 그러나 육본 관계자는 이에 대해서도 “육본에서 원 시나리오를 거절하자 가짜 시나리오를 보냈다는 것은 또 다른 거짓말” 이라며 “영화 홍보를 위해 마지막 남은 인간성마저 버린 행위” 라고 비난했다. 윤씨는 문제가 불거지자 “군 당국에 진심으로 사과한다. 영화 완성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상업영화로 개봉될 줄은 몰랐다”며 “개인적 처분을 기꺼이 받겠다”고 심경을 밝혔다.

하지만 육군은 윤씨를 고소함으로써 선처의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
한편 윤씨의 모교 학생회의 한 간부는 지난 19일 영화전문지의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을 통해 육본에 공개서한을 보냈다.

중앙대학교 총학생회 허재현 교육위원장은 ‘용서받지 못한 자’를 용서해 달라며 선처를 부탁했다. 허 위원장은 “윤 선배가 그릇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구조적인 원인을 말하고 싶다"면서 "육군 본부가 영화 촬영 장소를 대여 할 때, 그 영화의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를 빌미로 군대의 시스템을 무조건 찬양하는 시나리오만 촬영을 허가하는 것은 문제”라며 “이것은 의도하지 않아도 군을 소재로 한 독립영화에 대한 사전검열을 낳는다” 말했다. 그는 “육군의 모든 시설은 우리가 군을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모두 세금을 내어 운영하고 있는 공적 시설”이라며 “촬영허가를 내주는 대상이 군을 비판적으로 보지 않는 사람들만 된다면, 그것은 명백한 기본권의 차등적용” 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서한이 또 육본을 발끈하게 만든 것이다. 육본 관계자는 “도대체가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는 글” 이라고 비난하며 “군을 기만한 행위에 대해 절대 용서할 수 없다” 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관계자는 또 “창작의 특수성을 아무리 감안한다 해도 ‘부대마크’까지 등장하는 등 이 영화는 군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고 영화의 내용과 관련해서도 불만이 있음을 드러냈다. 제작진측과 육군의 갈등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서도 영화는 지난 17일 개봉 이후오히려 홍보효과를 톡톡히 보며 선전하고 있다.<심층취재, 실시간뉴스 매일일보 / www.sisaseoul.com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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