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용서받지 못한 자 ‘절대 용서 안돼’
윤종빈 감독측 ‘속인 것 잘못이지만 사전검열 우려했다’ 육군이 최근 개봉한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제작진을 “위계에 따른 공무집행방해‘로 고소했다. 지난 11월 17일 개봉한 이 영화는 신임감독 윤종빈(27)씨가 중앙대 영화과 졸업 작품으로 제작한 저예산 영화로 독창성과 완성도면에서 평단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작품이다. 영화는 후임 병사에 폭언과 폭행을 일삼는 고참병, 군부대의 각종 부조리에 관해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영화를 관람한 육군본부 한 관계자는 “솔직히 기분 나쁘죠” 라며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러나 육군이 윤 감독을 고소한 표면적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육본 관계자는 “제작자를 고소한 것은 영화 내용을 문제로 삼은 것이 아니다”며 “윤씨가 군에 거짓 시나리오를 보내 공공기관을 속인 위계행위가 문제된 것이다” 고 밝혔다. 군의 설명에 따르면 윤씨는 지난 5월 ‘군에서 만난 선후임병간의 우정’에 대한 영화를 만든다며 육군에 영화 촬영 협조를 요청했고 이에 육군은 제작과정을 적극 지원했다. 그러나 실상 개봉된 영화의 내용은 이와는 전혀 다른, 오히려 군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키는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사실 영화는 ‘선후임병간의 억압된 군 복무로 후임병이 자살하고 이어서 선임병도 자살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윤씨 측은 “처음에 진짜 시나리오를 보냈지만 육군에서 거절했기 때문에, 영화의 완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가짜 시나리오를 보냈다” 고 해명했다. 그러나 육본 관계자는 이에 대해서도 “육본에서 원 시나리오를 거절하자 가짜 시나리오를 보냈다는 것은 또 다른 거짓말” 이라며 “영화 홍보를 위해 마지막 남은 인간성마저 버린 행위” 라고 비난했다. 윤씨는 문제가 불거지자 “군 당국에 진심으로 사과한다. 영화 완성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상업영화로 개봉될 줄은 몰랐다”며 “개인적 처분을 기꺼이 받겠다”고 심경을 밝혔다. 하지만 육군은 윤씨를 고소함으로써 선처의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
한편 윤씨의 모교 학생회의 한 간부는 지난 19일 영화전문지의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을 통해 육본에 공개서한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