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금융당국에 대한 신뢰도가 곤두박질치고 있다.외부적으로는 동양사태와 KB금융 사태 등 잇달아 불거진 금융권의 대형 스캔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다가 내부적으로는 낙하산이나 재취업 문제가 적발되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지난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KB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쏟아졌다.이날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KB사태가 금융권 전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 하락 문제로 이어질때까지 금융위가 수수방관했다”고 입을 모았다. ‘오락가락’했던 징계수위 문제와 CEO의 낙하산 임명에 대한 대책이 전무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금감원 제재심의위원 구성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새누리당 김태환 의원은 “제재심의위가 재경부 출신인 모피아와 금융연구원 출신인 연피아로 구성돼 있는데 모피아, 연피아 출신인 KB 수장들을 상대로 공정한 심사가 이뤄질 수 있었겠냐”며 “심의위원 구성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실제 현재 금감원의 재심의위원 9명 중 검사와 변호사는 4명이고, 나머지 5명 중 최종구 위원장을 비롯한 3명은 모피아(재경부)출신, 김정한 위원과 장원창 위원은 연피아(금융연구원) 출신이다. 주전산기 교체 문제로 붉어진 KB금융사태의 최고 책임자인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은행장 역시 각각 재정경제부 차관,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출신이다. 9명의 제재심의위원 중 과반 이상인 5명이 징계당사자들과 이해관계에 놓인 위원들인 셈이다.높은 퇴직 후 유관기관 재취업률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금융위가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이후 금융위에서 퇴직한 사람은 총 43명이다. 이 중 9명이 유관기관 CEO 등으로 재취업했다.유관기관 취업자 비율은 2012년 18.8%에서 2013년 28.6%, 올 상반기 현재 33.3%로 점점 늘고있는 추세다.진웅섭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은 올해 2월까지 금융정보분석원장에서 퇴직한 직후 바로 취임했다. 진 사장의 연봉은 지난해 기준으로 4억9800만원에 달한다. 이정하 전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 제도운영과장은 올 1월 퇴직 직후 전국은행연합회 감사로 선임됐다.유재훈 한국예탁결제원 사장도 2013년 11월 금융위 증선위상임위원을 지내다 CEO로 재취업 했으며, 김주현 예금보험공사 사장도 2012년 5월까지 사무처장을 지낸 인물이다.최수현 금융감독원장도 2011년 금융정보분석원장에서 퇴직한 금융위 출신이며, 권혁세 전 금감원장 역시 2011년 금융위 부위원장까지 지내다 원장으로 재취업에 성공했다. 이들이 재취업 기관에서 받은 연봉은 평균 2억~3억원 수준이다.금융당국이 자기 배 불리기에만 골몰하는 사이 정작 해야 할 제재에 대해서는 늑장대응으로 적시성과 신뢰성을 상실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이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실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검사서 표준처리기간’이 지켜지지 않은 사건은 최근 5년간 85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원칙대로라면 제재절차의 신속한 결정을 위해 검사서 표준처리 기간을 종합검사는 5개월내, 부문검사는 4개월 내 처리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주요 미결정 사안으로는 2012년 동양증권의 불완전판매 사건, 2013년 신한은행의 신용정보 부당조회사건, 한국기업평가를 포함한 신용평가 3사의 부당신용평가 사건 등이다.올 들어선 한국수출입은행, 전북은행, 대구은행의 청해진 해운관계사 여신취급 부정적 사건, NH농협의 KT ENS 관련 사건, 한국씨티은행의 대출금리 변경 사건 등의 제재가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또 금감원이 제재조치를 취했으나 해당 금융회사가 2년 이상 이를 처리하지 못한 ‘장기 미정리 조치요구사항’도 이 기간 32건에 이르렀다. 이 중에서 아직도 금융회사가 제재 조치를 따르지 않은 사건도 무려 17건에 달했다.제재이전에 조사조차 정권 눈치를 살피며 소홀히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국회 정무위원회 이상규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5년간 검사 미실시 금융회사 현황‘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5년간 49개 금융사에 대해 한 번도 조사를 실시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농수산림조합(1391개)과 신협(926), 대부업자(190) 등 ‘중앙회’ 등을 통해 간접 점검하는 금융사들은 모두 제외한 수치다.여기에 금감원은 경기부양을 위한 기업살리기 활동의 일환으로 최근 그동안 실시되던 검사들도 대폭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이 의원은 이에 대해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코드에 따라가기 위한 ‘눈치보기’의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규제완화와 경기부양이라는 초이노믹스 드라이브에 따른 코드맞추기라는 것이다.실제 금감원이 올해 2월 업무계획을 통해 ‘진돗개식 끝장검사’, ‘암행검사 제도’ 등을 통해 “인력이 부족하지만 현장 중심 검사를 확대하겠다”, “봐주기 검사는 없다”고 강조했던 것과는 반대되는 기조다.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국민들은 금융사보다 감독기관을 ‘더 믿지 못할 곳’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달 23일 한국갤럽의 조사를 바탕으로 최초로 발표한 ‘KIF 금융신뢰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금융에 대한 국민들의 전반적인 신뢰도는 89.5점인 반면 금융감독기관에 대해선 61.3점을 기록했다. 금융사만도 못한 금융당국이라는 질책인 셈이다. 금융감독기관의 소비자보호 노력 역시 74.3점으로 하위권인 7위를 기록했다.이 밖에 정부가 금융정책을 잘 수립하고 있냐는 질문에도 별로 그렇지 않다(34.8%), 전혀 그렇지 않다(15.2%) 등 부정적인 답변이 50%를 차지했다. 우리 경제의 현 상황에 대해서도 6개월 전 대비 나빠졌다(37.9%),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았다(33.4%)라고 답변하는 등 부정적인 답변이 이어져 68.9점을 기록했다.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 소비자들의 신뢰회복이 우선이고 특히 감독체계 선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