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10년' 남의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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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10년' 남의 일 아니다
  • 박동준 기자
  • 승인 2014.11.13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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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제언]'골든타임' 기로에 놓인 한국경제 활로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잃어버린 10년’. 일본의 장기 불황을 뜻하는 이 단어가 최근 한국 경제의 미래를 걱정하는 단어로 자주 등장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고성장 시대의 종말을 고하고 1990년대 이후 일본처럼 장기 침체의 서막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국내외에서 한국경제가 일본형 장기불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혁명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충고가 이어지고 있지만 ‘혁명’을 주도할 세력도, 비전도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한국의 잃어버린 10년’이 실제 현실로 도래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암울한 지표들

일본의 장기 침체 시기와 한국의 현재 상황이 비슷하다는 인식은 작금의 한국 경제를 4저(低)로 표현하는 것에 근거한다. 저성장, 저물가, 저투자, 저소비 등 ‘신(新) 4저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말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3.5%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 성장률 역시 3.6~3.8%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의 전망치대로라면 한국은 2011년 이후 5년 연속 3%대 이하의 저성장을 겪게 된다. 이는 1970년대 이후 40년만에 처음이다.과거 4~5%대의 경제성장률에 비해 3%대 성장률이 몇 년 연속 이어지고 있다. 물가 상승률도 2년 넘게 1%대에서 머물고 있는데다 가계부채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소비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 반면 기업은 투자처를 찾지 못해 곳간에 현금만 쌓이고 있다.장기 전망은 더 우울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1~2030년까지 한국의 평균 경제성장률을 2.7%, 그 이후로는 1%대로 떨어진다고 전망하면서 성장률 상승을 위해 재정·통화정책 등 거시정책과 구조개혁을 병행해 추진하라고 권고했다. 특히 투자, 교역, 고용창출을 위한 구조개혁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OECD의 조언이다.

대책이 오히려 문제를 만든다

물론 정부와 한국은행이 마냥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지난 3~4년간 재정 지출을 확대하고 금리를 인하하는 등 단기 부양책을 집행한 결과 0.3~0.4%포인트 가량 성장률을 높였다.하지만 정부의 부양책은 역효과만 불러오고 있다. 금리를 낮춰 기업의 투자 확대를 통한 경제 성장을 꾀하려 했지만 가계부채 증대라는 결과만 낳았다. 실제로 기업들의 매출 증가율은 2011년 12.2%에서 지난해 2.1%로 떨어졌고 재무구조는 더 악화됐다.한은에 따르면 대기업의 경우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업체 비중은 2013년 29.1%로 2012년(28.8%)에 비해 상승했다. 중소기업도 2012년 36.7%에서 2013년 39.5%로 크게 상승했다. 한계기업 비중은 2009년 말 10.2%에서 2012년 말 15.0%로 급증했고, 주로 중소기업에 한계기업이 집중됐다.
이에 비해 가계부채는 확장일로다. 지난 6월말 현재 가계부채는 1040조원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기간에만 374조원이 증가, 임계치를 넘겼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12일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정부의 경제활성화 정책에 대해 직격으로 비판했다.코훈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정부가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중소기업 중심의 정책과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오히려 오랜 기간 한국경제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미약한 내수시장과 상대적으로 높은 가계부채를 강조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그는 “한국의 평균 임금은 다른 동일한 등급내 국가들에 비해 낮고 가계부채는 올해 6월말 GDP의 85%를 차지하는 등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낮은 실질임금 성장률은 내수소비 진작을 저해하고, 이는 곧 기업 투자와 은행의 대출 의지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을 야기한다”고 진단했다.

리더십 부재

총체적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정부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견인해야할 책임은 정치권에 있지만 대한민국 정치는 제 기능을 못한지 오래이다.특히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민생 현안이 방치된 ‘식물 국회’가 장기간 지속됐고, 국회가 정상화된 이후에도 정확한 사태 진단과 올바른 정책 처방을 해줄 리더십은 잘 보이지 않는다.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에서 유행어가 되어버린 ‘골든타임’을 붙잡기 위해서는 정치권과 정부가 대대적으로 변해야 된다는 지적이 많다. 당장의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적 복지 정책을 지양하고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시장 논리에 따라 자율적인 구조조정이 수시로 진행되고 정부의 역할은 세제 지원 등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생명이 다한 한계기업에 정책자금 지원 투입은 결국 은행권의 연쇄 부실로 귀결될 수밖에 없고, 은행권의부실은 다시 서민경제의 고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현재 정부와 금융당국 위주의 기업 구조조정 과정을 대대적으로 정비해야 한다.다가올 고통을 국민에게 정확히 설명하고, 그 고통을 감내하도록 이끌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계상황에 다다른 비교열위 산업에 대해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기술·경영자원이 성장산업에 중점 투입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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