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유령대출 논란, 사측 ‘우리도 피해자‘
[매일일보 김인하 기자] 명의를 도용하거나 대여해 실행하는 대출사기가 늘어나고 있다. 만져본 적도 없는 돈의 이자를 다달이 갚아나가야 하는 것도 황당한 노릇이지만 더욱 황당한 것은 피해자를 위한 구제대책이 마땅히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근본적으로 사기행각을 벌인 사람에게 책임이 돌아가야 마땅하다. 또한 명의도용에 대해 꼼꼼한 확인 없이 대출승인을 내리는 금융권 역시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힘들다. TV 나 신문지면을 통해 “대출은 계획적으로 하자”고 노래를 부르는 금융권과 서민들의 금융피해를 막기 위해 노력한다는 금융감독원의 허점을 <매일일보>이 집중 취재해 보았다.
판 치는 유령대출
안산에 거주하는 김석현(48)씨는 지난해 9월 자신의 명의로 1800만원의 대출을 받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사업 파트너인 이 모씨가 법인명의로 대출 받아 차량을 구입하자고 한 데에 동의해 구비해 준 서류가 화근이 된 것이었다. 이 씨는 김 씨가 준비해준 서류를 들고 현대캐피탈 측에 대출을 신청하러 갔으나 회사법인자체 신용한도가 대출신청금액에 미치지 못해 김 씨 개인 명의로 대출을 받은 것.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본인 확인 동의 정작 절차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번 대출사건의 핵심키를 가지고 있는 이 씨가 사업이 여의치 않자 잠적한 상태다.이 사건에서 대출을 신청한 이는 김 씨가 아닌 제 3자이다. 구비서류가 충분했다면 3자가 다른사람의 명의로 대출 받는 것이 가능할까. 이에 대해 돌아온 현대캐피탈의 답변은 “회사쪽 역시 피해자 입장”이라는 의외의 말이었다. 현대캐피탈측은 “이미 피해자의 편의를 많이 봐주고 있다”면서 “원래 절차에 따르면 이미 추심에 들어갔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억울한 사정 때문에 신용불량 등의 신청을 미루고 있다”고 주장했다.이외에도 현대캐피탈은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 등 본인만이 발급받을 수 있는 구비서류를 제출할 경우 그것이 본인이라고 믿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회사측은 안전차원에서 최종적 개인확인이 이루어지는 유선확인절차인 해피콜을 시행하고 있어 최종적 개인확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대리인 위임장, 법적 강제 없는 사안
이번 사건의 핵심은 대출신청을 하려했던 이 씨가 법인명의 대출을 받으려다 실패하자 개인명의로 변경해 신청했다는 점이다. 또한 이미 대출신청자가 본인이 아닌 제3자라는 점을 현대캐피탈 상담자가 신청할 당시 알고 있었다는 것. 그렇다면 과연 제3자가 다른 사람 명의로 대출 신청을 하는 데 걸림돌은 없는 것일까? 현대캐피탈 측은 “대출 신청인 본인만이 뗄 수 있는 서류를 받았기 때문에 본인이 대출에 대해 동의한 것으로 생각했고, 대출에 대해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유선 해피콜의 경우도 본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질문과 답변이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 대해 금융감독원 은행중소서민금융분쟁조정팀 관계자는 “제 3자가 대신 대출신청을 할 경우 받는 위임장의 경우는 법적으로 강제되는 사안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러한 사기사건에 연루 될 경우 명확한 증거자료로 제시될 뿐이라는 이야기다.이와 같은 명의도용·대여 대출 사기와 관련, 법원 판결을 살펴보면 본인이 직접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으며, 타인에게 당해 계약체결에 대한 대리권을 수여하거나 동의한 사실이 없다면 일단은 명의도용 계약으로 본인에 대하여는 무효임을 주장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계약 당시 본인의 위임장, 인감증명서, 인감, 신분증 사본등이 첨부되어 있거나, 그 동안의 거래관계 등으로 인해 대리인에게 권한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경우 등에는 본인의 책임이 인정된다는 예외 조항이 존재한다. 결국 피해자의 책임으로 고스란히 떠넘겨지는 상황이다.
현대캐피탈 측은 이러한 대출사기를 막기 위해 따로 전담부서를 두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블랙리스트를 만든다고 밝혔다. 과거 사기를 시도했던 업체나 개인의 전화번호, 주소, 업체명을 통해 미리 대출사기를 예방한다고 하지만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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