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세종로2지구 미래에셋사옥 사업 ‘올스톱’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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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세종로2지구 미래에셋사옥 사업 ‘올스톱’ 내막
  • 윤희은 기자
  • 승인 2010.03.26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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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윤희은 기자] 재개발 사실이 처음 알려진 2005년부터 문희상 의원과의 연관관계 및 기존 세입자들과의 대립으로 무성한 이야깃거리를 남겼던 ‘세종로2지구 재개발사업’이 이번에는 시행사가 바뀌면서 또 다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세종로2지구 재개발사업’의 기존 시행사는 디비스코리아로, 이 사업을 계획한 뒤 미래에셋과 매매계약을 체결하여 세종로2지구에 미래에셋 사옥을 유치한 장본인이다. 당시 미래에셋은 디비스코리아의 재개발사업용 페이퍼컴퍼니에 1000억 원을 대출해주며 채권자가 되었다.

문제는 설계변경 및 추가토지매입을 사이에 둔 몇 번의 갈등 끝에 불현듯 미래에셋이 계약을 해지하고 2009년 5월 채권자로서의 지위를 이용, 디비스코리아의 재개발사업용 페이퍼컴퍼니를 소유해버린 것.

현재 ‘세종로2지구 재개발사업’의 시행사는 글로스타가 맡고 있으며, 지난 4년간 이 사업을 진행해 온 디비스코리아에게 남은 것은 빚뿐이다.

▲ 세종로2지구 재개발구역


자체 비용, 횡령으로 몰다 실패하자 전기·수도세 시비도
1천억원 채권 근거로 3천억원 짜리 회사 3억원에 강탈?


세종로2지구에 미래에셋의 사옥을 짓는 일명 ‘세종로2지구 재개발사업’이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지난해 착공에 들어갔어야 할 이 사업이 현재까지도 아무런 진척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3월 23일, 본지 기자는 문제의 ‘세종로2지구 재개발구역’을 방문했다. 연면적 5만9504m²의 토지는 절반은 황무지였고, 절반은 폐허에 가까운 건물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 폐허에 가까운 건물에 디비스코리아의 본사가 있었다.

이날 만난 디비스코리아의 장덕철 부장은 세종로2지구 재개발이 ‘올스톱’된 것은 미래에셋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주변 시세보다 평당 500여만 원이 저렴한 평당 1510만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했던 것도 모자라, 더 큰 이익을 얻기 위해 아예 이 사업을 ‘집어삼키는’ 계획에까지 이르렀다는 것.

장 부장은 “거대 금융기관이 자행한 일이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중소기업 하나를 완전히 망가뜨려버렸다”며 울분을 토했다.

미래에셋의 ‘말 바꾸기’

디비스코리아는 ‘세종로2지구 재개발사업’을 실행하기에 앞서 이 사업을 실질적으로 시행할 디비스프로젝트투자금융 주식회사(Project Finance Vehicle, 이하 PFV)를 2005년 2월 설립했다. 이 회사는 ‘세종로2지구 재개발사업’을 위한 한시적 명목회사인 일종의 페이퍼컴퍼니다.

PFV는 2005년 말경 세종로2지구의 토지 중 80% 가량을 매입한 뒤 시공사(경남기업)를 선정하고 2006년 3월에는 미래에셋의 계열사인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이하 맵스)과 평당 1510만원에 총 매각금액 2730억원(세금포함 3000억 수준)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계약 초기부터 시작됐다. 디비스코리아에 따르면 맵스는 임대용 오피스였던 건물을 사옥용도로 바꿔달라며 설계변경을 요청했다가 다시 사옥용도가 아닌 임대용 오피스로 설계를 변경할 것을 요구하는 등 총 6~7차례에 걸쳐 지속적인 설계변경을 요구했다.

또한 매매계약에 포함되지 않은 토지를 건물의 진출입구를 변경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로 매입을 요청하여 약 150억 원의 추가비용을 발생시켰다.

이에 디비스코리아는 설계변경으로 인한 추가비용 300억원과 추가 토지매매에 따른 추가비용 150억원까지 총 450억원의 추가비용을 지급해달라고 요청했고, 맵스 역시 이를 받아들여 매매대금 증액의 방식으로 위 추가비용을 해결하기로 협의했었다.

그러나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발생하면서 미래에셋의 자금상황에 타격을 입게 되자 맵스 측은 돌연 ‘설계변경 및 추가 토지구입을 요구한 바 없다’고 말을 바꾸었다.

이에 2009년 3월 경 디비스코리아 측이 매매계약을 해제하려는 태도를 보이자 미래에셋은 같은 날 매매계약 해제통지를 먼저 보내왔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게 됐다.


PFV는 부족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맵스와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미래에셋으로부터 1000억 원을 대출했다. 미래에셋은 이 과정에서 얻은 PFV의 대주단 자격을 이용해 계약해제 후 2009년 5월 대주단으로서의 질권을 실행, 3000억 원에 달하는 PFV 지분 95만주를 단 3억 원에 취득해버렸다.

PFV의 주식 중 95%를 소유하게 되면서 미래에셋은 사실상 이 사업을 소유하게 되었고, 디비스코리아는 하루아침에 자회사와 사업, 토지까지 빼앗겨버렸다.

현재 미래에셋은 글로스타라는 시행사와 새롭게 계약을 맺고 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글로스타는 청계천 인근의 센터원 사업으로 명성을 얻은 부동산개발업체이고, 이 회사 김수경 대표는 국가정보원 출신으로서 지난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에 공천신청을 한 바 있으며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건설분과 부위원장을 역임했었다.

디비스코리아 "사업강탈 위한 계획된 시나리오 의심"
미래에셋 "지금은 답변 곤란…법원 판단 기다려달라"

모든 것은 계획된 시나리오다?

현재 미래에셋과 ‘주권인도 무효’를 위한 법정소송을 진행 중인 디비스코리아는 미래에셋 측이 법정에서 “디비스코리아가 대출금 1000억 원을 갚지 않아 PFV를 돌려줄 수 없는 것”이라고 한 주장에 대응하기 위해 1000억 원을 대출해 줄 수 있는 타 금융사를 물색했다. 그 결과 모 금융업체가 "미래에셋에 1000억 원을 갚아서 회사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대출을 해주겠다"고 답변해왔다.

이에 디비스코리아가 미래에셋에 ‘1000억 원을 갚으면 PFV를 돌려주겠다는 확인서를 써 달라’고 요청하자 미래에셋 측은 ‘어차피 디비스코리아는 1000억 원을 갚을 능력조차 안 되는 회사’라고 동문서답을 하며 요청에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 디비스코리아 측의 설명이다.

디비스코리아 장덕철 부장은 “이와 같은 미래에셋의 태도는 일련의 과정이 미래에셋의 계획된 시나리오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장 부장은 “미래에셋은 주변 시세보다 평당 500만원이 저렴한 평당 1510만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했음에도, 더 이윤을 남기고 싶은 욕심에 아예 회사 자체를 집어삼켜야겠다는 계산을 했던 것 같다”며 맵스가 2009년 3월 먼저 계약해지 통보를 해왔을 때부터 이미 미래에셋의 ‘PFV 취득 시나리오’는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래에셋은 진행 중인 소송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지난 1년 간 갖은 방법으로 디비스코리아를 압박해왔으며, 그 방법도 각양각색이라고 장 부장은 밝혔다.

우선 미래에셋은 디비스코리아가 이번 프로젝트를 시행하며 지출한 미래에셋의 자금에 대해 ‘업무상 횡령’이라며 45억 원 규모의 고소를 했다. 그러나 이것이 재판결과 무혐의 판정을 받게 되자 이번에는 디비스코리아가 미래에셋의 자금으로 끌어다 쓴 수도세와 전기료 등에 대해 4억 원 규모의 소송을 다시 걸었다.

뿐만 아니라 미래에셋은 디비스코리아의 62억 원에 달하는 잔고를 채권자 권한으로 압류했으며, 이 때문에 디비스코리아 임직원들은 1년 째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폭력배를 동원, 디비스코리아 본사에 난입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법대로 해라”…과연?

맵스 측 관계자는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법원에 계류 중인 사항이라 함부로 오픈할 수 없는 내용”이라며, 답변을 꺼렸다. 이 관계자는 PFV 주식 95%를 취득한 것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사정이 있어서 취득한 것”이라며 자세한 설명은 피했다.

아울러 “회사 이미지가 있다 보니 함부로 말할 수는 없는 건”이라며 “3개월 뒤 재판 결과가 나오는데, 우리(맵스) 측이 잘못했다면 그에 따른 결과가 나오지 않겠느냐”며 최대한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디비스코리아 측은 맵스가 주장하는 ‘법원의 재판 결과’도 완벽하게 신뢰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디비스코리아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래에셋이 소송에서 유리한 판정을 얻기 위해 아예 증인들을 조작하는 행위도 서슴지 않고 있다는 것.

특히 가장 문제가 되는 ‘미래에셋이 설계변경 및 추가토지매입을 요구했다는 주장의 진실여부’에 대해 디비스코리아는 당시 현장에 있었던 설계사로부터 증명서를 받아놓는 등 그 증거를 최대한 확보해두었으나, 미래에셋이 해당 설계사를 압박하면서 최근에는 해당 설계사가 증언을 꺼리게 됐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디비스코리아 이대연 이사는 “지금까지 벌여 온 미래에셋의 횡포가 재판결과에 영향력을 미치지 않게 되기를 바랄 뿐”이라며 “거대 기업과 대립하는 것이 이렇게나 힘들 줄 몰랐다”고 안타까움만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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