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황동진 기자]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이 마침내 족쇄를 풀었다. 최근 대법원은 한일합섬 인수합병(M&A)시 특가법상 배임혐의로 기소된 현재현 회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현 회장은 그동안 자신을 옭아맨 법적 사슬로부터 자유롭게 됐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두고 갑론을박이다. 한일합섬 M&A 과정에서 동양은 LBO(차입매수)방식을 통해 인수했는데, 이 방식을 두고선 여전히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한일합섬 M&A시 배임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 마침내 법적 족쇄 풀어
대법원,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판결…일각, “M&A시장서 불법 LBO 활개 칠까” 우려 

지난 15일 대법원 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한일합섬 M&A 과정에서 회사 자산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로 기소된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현 회장은 한일합섬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해 회사를 합병한 뒤 한일합섬의 자산으로 이를 다시 갚는 방식(LBO·차입매수)으로 한일합섬 주주들에게 180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로 지난 2008년 9월 불구속 기소됐다. 앞서 1·2심 재판부는 현 회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 “처음부터 한일합섬의 자산을 탈취할 목적으로 합병이 이뤄졌다는 검찰의 주장은 증거를 찾기 힘들고, 합병 후 피합병 회사의 자산을 처분하더라도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리고 마침내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지음으로써 그동안 현 회장을 옭아맨 법적 사슬이 풀렸다. 

대법원 무죄 판결 두고 갑론을박, 왜?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두고 아직도 갑론을박 중이다. 그도 그럴 것이 M&A시 LBO방식을 두고선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번 현 회장에 대한 무죄 확정은 논란이 되고 있는 LBO방식을 법원이 인정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로 인해 국내 M&A시장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LBO방식을 이용한 무분별(?)한 M&A가 활개를 쳐, 투자자들의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형평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과거 (주)신한 김춘환 회장의 ‘현대판 봉이 김선달 사건’ 당시 대법원은 김 회장에 대해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했다. 김 회장은 지난 2001년 자신의 돈은 한 푼도 들이지 않고 도급순위 51위 건설업체 신한을 인수하면서 신한의 부동산과 예금 등을 금융권에 담보로 맡기고 7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LBO방식을 동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대법원은 이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서울고법의 판결을 두 번씩이나 파기환송했고 서울고법은 결국 유죄를 확정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의식이라도 한 듯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LBO 방식은 법률상 별도 규정이 없기 때문에 개별적인 행위를 통해 배임죄 성립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동양메이저의 한일합섬 인수는 피인수회사의 자산을 직접 담보로 제공하고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과는 다른데다 합병 과정에 절차적 하자도 없어 한일합섬이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족쇄 푼 동양, M&A 박차

한편, 동양은 현 회장의 무죄 확정이 날 것을 이미 예상이라도 했는 듯, 최근 M&A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계열사인 동양매직이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를 시도한데 이어 동양시멘트가 유전개발업체를 합병했다.지난 1일 동양그룹은 계열사 동양시멘트가 유전개발업체인 골든오일을 합병해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본격 진출한다고 밝혔다. 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됨에 따라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는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밝혀 추가 M&A에 대한 가능성을 시사했다.  

※  M&A기법으로 이용되는 차입매수(leveraged buy-out :LBO)란 일반적으로 일련의 투자가가 다른 기업을 인수할 때 대상기업의 전체 주식이나 전체 자산 매입에 소요되는 자금의 대부분을 외부로부터 타인자본(부채)으로 차입해 인수하는 방식을 일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