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선후기 문신이자 실학자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의 ‘목민심서’(牧民心書)는 지방관이 지켜야 할 지침과 지방 관리들의 폐해를 비판한 책이다.‘목민심서’는 전반적으로 백성의 입장에서 농민의 실태, 서리의 부정, 토호의 작폐, 도서민의 생활 상태 등을 낱낱이 파헤치고 있는데, 조선후기의 지방 실정에 대한 사회경제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목민심서’에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중 가장 하이라이트는 “관청에 이유 없이 출입해서 돈쓰는 사람들을 조심하라”고 적혀있다. 작은 돈이든 큰 돈이든 괜히 쓰겠는가?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이야기다.
최근 MBC 'PD수첩'에서 ‘부패검사’를 방송해 온 나라가 시끌시끌하다. 사건의 요지는 부산지역 건설업자 정모씨가 지난 25년 동안 전, 현직 검사 200여명에게 촌지와 향응 제공은 물론이고 성접대까지 했다는 것이다.
사회의 최고 지도층인 검사들의 치부라 국민들의 충격이 더 큰 것 같다. ‘목민심서’를 자세히 보면 이에 대한 이야기도 적혀있다.
“다른 벼슬은 몰라도 백성들을 심판하는 포도청 직원들은 꼭 청렴한 인물로 뽑아야한다. 포도청 직원이 청렴하지 못하면 가장 먼저 백성들이 피해를 보고 고통으로 쓰러지며, 재앙이 후손에까지 미친다”고 역설했다.다산이 사실 ‘목민심서’에서 주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의 핵심은 청렴이다. 다른 것 볼 것도 없이, 무조건 백성들과 관리자들 모두가 청렴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 ‘태평성대’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이야기다.
이번 ‘부패검사’사건을 보면서 도대체 누가 이렇게 검사들을 후원하면서 관리하려고 하는지 생각해 보았다.
100%라고 확신하기는 어려워도 이들의 대부분은 아마도 지역사회에서 힘좀 쓴다는 유지들이다.
이들은 몇 푼 가지고 있는 돈이나 명예를 바탕으로 관청을 출입하면서 검사나 고급공무원들과의 친목을 도모한다.예전에 만났던 모 지역유지는 공공장소에서 자랑스럽게 “내가 장학금을 풀어 몇몇 유망한 검사들과 공무원을 키우고 있다”고 호언장담을 하는 것을 본적도 있다.이들은 이럼으로서 스스로 위세나 권세가 생긴다고 착각을 한다.착각이 아닐수도 있다. 사실 이들은 그동안 공들여 놓은 것이 있기 때문에 언제든 자신들에게 불편한 일이 생길 때 도움을 받는 것 역시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다.이러한 악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은 쉽지 않은 이야기지만 목민심서에 나오는 것처럼 포도청직원을 성적순이 아닌 청렴한 인물로 뽑아야 해결이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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